숙제만 남긴 분양가 상한제 1년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확대적용이 1일부로 시행 1년째를 맞았지만, 분양승인신청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공급은 되지 않으면서 건축비 인상에 따른 분양가 상승과 공급물량 감소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토지매입비를 시세로 인정해 주는 정부의 8·21부동산 정책은 분양가 상한제를 무력화시켜 의미가 퇴색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적용했다. 시행 1년째를 맞았지만, 일부 지방에만 한정적으로 물량이 나왔다. 지난해 9월 이후 전국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한 공동주택 4만 5천여 세대를 분양했고, 이중 민간택지 적용 아파트는 3천500여 세대에 불과했다. 수도권 민간택지에서 나온 물량은 500여 세대로 저조하다.

건설업체 대부분이 상한제 적용을 피해 9월 이전에 사업 승인을 마친데다 미처 신청하지 못한 업체는 사업을 아예 연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밀어내기 분양'도 지난해 4·4분기 동안 분양물량(22만 7천637세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만 2천177세대가 공급됐다.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미분양이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하면서 6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15만 세대에 육박한다.

미분양 주택 수는 총 14만 7천230세대로, 95년 12월(15만 2천313세대) 이후 12년6개월 만에 최대치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4%(1만 9천60세대) 늘어났다. 지난해 말보다 31.2%(3만 4천976세대)에 달한다. 수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3천100여 세대에서 한 때 2천681세대로 떨어졌다가 6월 다시 2천763세대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빙산의 일각'일 뿐 미신고 아파트까지 합치면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물량의 폭발적 증가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요다. 각종 부동산 규제와 금융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이 청약을 꺼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부동산 114 김규정 차장은 "실질적인 적용물량이 거의 없는데다 분양가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았던 만큼 전국적으로 아파트 분양가는 좀 더 올랐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7월 연간 평균 3.3㎡당 980만 원대를 기록했던 새 아파트 분양가 통계가 2008년 8월 현재는 평균 1천173만 원 선까지 올랐다. 도시별로도 대부분 지역이 작년보다 좀 더 상승했다. 여기도 수도권 2기 광교·송파신도시의 인기 물량에 대한 청약 쏠림 현상도 미분양에 한몫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민간택지 상한제 적용 계획된 물량도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단품슬라이딩제도, 택지비인정, 가산비 적용 등 분양가가 상승할 요인들만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번 8·21대책에서 가산비 인정 등 분양가 상한제를 보완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민간 상한제 공급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제도 자체가 변질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24만 세대에 달하던 분양계획 물량은 올해 하반기 14만 3천750세대로 공급량이 떨어졌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는 면이 있지만, 분양가안정에 어느 정도 이바지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우방유쉘아파트 분양가 승인을 놓고 C&우방 ENC와 수원시가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 것도 바로 이런 측면들이 고려된 것이다. C&우방 ENC는 지난 4월 신청한 분양가격보다 3.3㎡당 30만 원 낮은 910만 원으로 가격을 수정해 분양가를 신청해야 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런 긍정적인 부분마저도 정부의 공급자 위주의 편향된 정책 탓에 도입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 문제가 단순히 인기물량 쏠림현상 등으로 설명되긴 어렵다"면서 "결국 높은 가격의 아파트를 구매할 수요자가 많지 않은데다, 고분양의 거품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실효성 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