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수원 詩, 수원 詩人'(79)] 성백원 '원평리에서'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원평리에서

                         성  백  원

 

서산으로 가는 길을 따라

원평리

낯선 외로움 데불고

이 땅을 닮은 나도

저 하늘과 닮은 너도

서럽기는 매한가지

홀로 가는 노을빛에

눈물 흩뿌리고

감빛 등불 적막의 길을

서러움 함께 가네

그리운 것들일랑

그립게 걸어두고

너와 나

내일의 빛을 향해

그렁그렁 가야만 하네

 

서럽고 또 서럽다. 그 서러움은 앙칼진 서러움이 아니라 묵직하고 채도가 깊은 서러움이다. 그렇다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서러움이 아니라 우리네가 노을 지는 저녁 길에 버겁게나마 짊어질 수 있는 꼭 그만큼 무게의 서러움이다.

하필이면 서쪽 산으로 가는 길이다. 비산비야(非山非野)인 우리네 땅에 사방으로 산봉우리가 아니 보이는 곳이 얼마나 되랴만 왜 하필이면 저녁놀 비낀 서산이란 말인가. 그 시간에 혼자 나선 길이다. 아니다. 외로움도 ‘데불고’ 나섰다. 하지만 낯선 외로움이다. 원평리는 화성시 매송면 어천저수지를 어천면과 나눠 가진 동네이다. 토박이들은 거의 떠나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외로움은 어떤 색깔일까. 아무튼 ‘이 땅을 닮은 나도/저 하늘과 닮은 너도/서럽기는 매한가지’이다.

성백원 시인의 시는 바로 이런 외로움에 위안을 주는 게 두드러짐이다. 

‘홀로 가는 노을빛에/눈물 흩뿌리고’ 가야 하는 길이지만 ‘감빛 등불 적막의 길을/

서러움 함께 가네’라고 했다. ‘감빛 등불’이라니. 색감의 기가 막힌 표현이다. 우리는 시인의 이런 감성에서 위안을 얻는다. 서러움과 함께 가는 적막의 길이지만 그 빛이 있어 가슴이 따숩다.

그리움이야 억지로 어떻게 하겠는가. 털어버리려 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운 것들일랑/그립게 걸어두고’ 가야만 하는 게 우리네 삶의 여정이다. ‘내일의 빛을 향해/그렁그렁 가야만 하네’라고 했다. 굳이 눈물이라는 낱말을 아니 써도 ‘그렁그렁’이라는 말 한마디로도 충분히 서럽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나아가야 할 ‘내일의 빛’이 있지 않은가. 서러움이 서러움을 이기게 하는 좋은 시를 만나 기쁘다.

지난 토요일 화성박물관에서 「수원시인상(水原詩人賞)」 시상식이 있었다. 성백원 시인의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성백원 시인

《문예한국》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지부장 역임

수원시인문학자문위원회위원장 역임

수원시인협회, 오산문화재단 이사

옥조근정훈장, 경기문학상 작품상 등 수상

시집 『내일을 위한 변명』, 『형님 바람꽃 졌지요』

     『아름다운 고집』, 『싼티입고 가는 길』

논문 「1920년대 노작 홍사용 민족주의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