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 특별칼럼] 100년 전 잃을 뻔한 나라, 100년 뒤 사라질 수 있는 나라 : 순국선열과 초저출산의 교차점

박희준 한국출산장려협회 창설자 겸 이사장 / 인구학 박사

 

100년 전, 우리의 국조(國朝)는 사라질 위기 앞에 놓여 있었다. 일제의 침탈은 단순한 국권 박탈이 아니었다. 민족정체성과 말과 문화, 나아가 우리라는 존재의 근본 근육을 완전히 절단하려는 시도였다. 민족이란 단어 자체가 금지되던 시대, 선열들은 총칼을 들고, 숨을 맞바꾸고, 온 삶을 불태우며 나라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들이 남긴 이름들은 역사책의 몇 줄이 아니라 우리 존재 그 자체를 구성하는 기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명과 국호가 오늘 살아 있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희생 덕분이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또 다른 방식으로 ‘소멸의 위기’와 맞서고 있다. 그때는 외세로 인해 나라가 사라질 위기였고, 오늘은 스스로의 생명력이 사라지는 초저출산의 위기다. UN, EU 인구위원회, 세계 인구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먼저 사라질 수 있는 국가’라고 경고한다. 세계 평균 출산율이 2.3명, OECD 평균이 1.6명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0.7명대에 머물고 있다. 서울은 0.5명대다. 인간 사회에서 국가가 소멸하는 가장 근본적 현상은 인구의 붕괴이며, 지금 우리는 그 과정의 초입에 있다.

나라가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100년 전에도 현실이었고, 100년 뒤에도 현실이 될 수 있다.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았다. 국가의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경제·안보·문화·복지·교육 등 어떤 제도도 유지될 수 없다. 100년 전엔 총칼의 침략이었고, 오늘은 생명 기반의 붕괴다. 침략은 외부에서 왔지만, 소멸은 내부에서 온다. 그래서 더 무섭고 더 치명적이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구를 기반으로 한 국가 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해본 적이 없다. 저출산 연구는 20년 넘게 진행되었지만 실질적 정책 효과는 미미했다. 사회는 더 개인화되고, 결혼·출산은 ‘선택’이 되었으며, 공동체는 해체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 청년 자살률 세계 1위,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하루 수천 건의 낙태, 결혼 감소, 초저신뢰 사회라는 복합적 요소가 결합되어 대한민국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인구가 사라지는 나라가 되었다.

순국선열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에게 오늘의 한국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라를 되찾았다. 그러나 너희는 나라를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출산장려협회가 강조해온 도덕재무장과 생명재무장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기 위한 존재론적 과제다. 도덕재무장은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 생명재무장은 미래세대를 일으키는 사회적 책임이다. 우리는 선열이 지킨 나라를 지켜내기 위한 또 하나의 시대적 전환을 맞고 있다.

앞으로 5년은 단순한 정책 기간이 아니다. 대한민국 인구사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골든타임’이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앞으로 30년, 50년, 100년의 미래가 사실상 사라진다. 우리는 100년 전 잃을 뻔했던 나라를 기적처럼 되찾았지만, 100년 뒤 다시 잃을 수도 있는 길 위에 서 있다.

오늘은 제86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순국선열의날은 단순한 추모일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또다시 소멸이라는 벼랑 끝에서 생존을 선택할지, 방치할지를 묻는 날이다. 선열들은 조국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았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명을 이어 대한민국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과거의 독립이 주권을 되찾는 싸움이었다면, 오늘의 독립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찾는 싸움이다.

순국선열의 날을 기념하면서, ‘한민족 홍익인간 오천나나 평화운동’의 출산·출생장려 구국운동 슬로건을 다시한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출산·출생장려는 제2의 구국운동이자 홍익인간의 밝은 미래입니다. 이는 꿈이 아닌 새로운 나라살리기의 시작입니다. 다산 코리아! 행복 코리아! 홍익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