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대
고 은 숙
어둠 속 난바다에
젖은 달빛 떨어지고
파도는
밤새 제 몸 때리며
회한의 몸살을 앓는데
세월을 건져 올리다
지친 사내 하나
깜빡거리는 섬광 자락에
그리운 기억의 한끝
습관처럼 낚아 올린다
시인은 밤바다에 와 있다. ‘어둠 속 난바다’로 ‘젖은 달빛’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니 어느 바다인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난바다’라는 시어로 서해나 남해보다는 왠지 동쪽 바다이지 싶다.
‘난바다’는 뭍에 둘러싸 있지 않은, 그러니까 활등처럼 쑥 굽어 들어온 만(灣)이 아닌 바다 혹은 뭍에서 아득히 보이는 바다를 일컬음에 왠지 그렇지 싶다는 말이다. 그 난바다 위로 달빛이 떨어진다. 달빛조차 바다에 젖어 있다.
수평선 멀리 그 끝을 탐색하던 시인의 사유가 파도 소리에 흠칫 놀라 발끝 근처를 살피게 만든다. 파도가 ‘밤새 제 몸 때리며/회한의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어찌 저 스스로 제 몸을 때리는 것이 파도뿐이랴. 우리는 또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때려 왔던가. 그 뉘우침의 한스러움이 몸살의 신열처럼 몸을 달군다.
밤바다에 등대가 깜빡거리고 있음을 보았다. 그 회한 속에는 부질없이 ‘세월을 건져 올리다/지친 사내’의 아픔 같은 뻐근한 ‘그리운 기억의 한끝’이 녹아 있다. 그 회한을 낚아 올리고 있는 자가 어디 시인뿐이랴. 등대의 간헐적인 섬광의 투사가 마치 그 그리움을 낚아 올리는 낚싯줄처럼 난바다를 향해 뻗고 있다.
밤바다를 다녀오기에 좋은 철이다. 피서객으로 붐빌 리가 만무하고, 또 더 늦다 보면 한겨울의 추위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나야말로 평생을 부질없는 그리움을 낚아왔다. 에이 가지 말자. 그냥 가슴에 담아 둘 일이다.
고은숙 시인
《한국시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PEN한국본부회원, 경기PEN총무국장
한국경기시인협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