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상관측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미선 기상청장

 

 2025년 올해, 수도권을 대표하는 서울관측소에서 측정한 7월 열대야 일수가 23일을 넘겨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고, 9월 한 달 동안 내린 비는 평년 같은 기간의 2.5배가량인 약 370mm에 달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록적인 이상고온을 비롯한 극한 기상현상이 우리의 피부에 직접 느껴지는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폭염과 열대야는 이제 일상이 되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과거부터 축적해 온 기상관측의 지혜를 새롭게 조명하는 것과 동시에, 현대 첨단 관측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과 새로운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시대 역사서인 <삼국사기>에는 비 38건, 눈 39건, 가뭄 112건 등 기상현상에 대한 기록이 460건 이상 등장한다. 고려시대에는 날씨를 기록하는 기구인 서운관이 존재했으며, <고려사>에 가뭄과 홍수 등의 기록이 남아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1441년에 세계 최초로 발명한 측우기는 강우량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전국적인 관측망을 통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려는 과학적 집념의 산물이었다. 이후 19세기 말 서구식 관측장비 도입을 거쳐 20세기 초 인천과 목포, 부산 등에 기상관측소를 설립하면서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됐고, 국가적 기상 시스템을 갖춘 현재의 기상청으로 이어졌다.

  현대에 이르러 기상관측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첨단 과학의 오케스트라'라 불릴 만한 수준으로 진화했다. 현재 관측 시스템은 지상을 넘어 대기 전체를 입체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우주 관측의 대표 주자인 정지궤도 기상위성인 천리안 2호는 한반도 주변 광범위한 지역의 구름 분포, 해수면 온도, 대기 운동 등을 수분 단위로 관측하며, 특히 태풍과 집중호우의 발달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상에서는 기상 레이더가 전파를 발사하여 강수입자에 반사되는 신호를 분석함으로써 강수량, 강수 구역, 바람의 흐름을 감지한다. 이는 국지성 집중호우를 유발하는 중소규모 현상 예측과 재난 경보를 위한 결정적인 시간 정보 확보에 중요하게 활용된다. 아울러 전국에 설치된 약 650대의 자동기상관측장비가 분 단위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라디오존데를 통한 고층 관측은 대기 상층부의 구조를 파악해 수치예보모델의 정확도를 높인다. 이렇게 우주, 상층, 지상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관측망으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처리되며, 수치예보모델이라는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의 대기 상태를 예측하게 된다.

  이처럼 기상관측은 정밀과학의 단계에 이르렀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급증하는 극한 기상현상과 국지적이고 예측이 어려운 도깨비성 기상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더 발전된 관측 기술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관측과 예측 과정에 적극적으로 융합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데이터 품질관리와 접목해 관측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데이터를 학습해 기존 물리 모델이 놓치기 쉬운 미묘한 패턴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관측의 영역은 더욱 초정밀화되고 촘촘해져야 한다. 도시화된 환경에서 미세 기상을 관측하기 위한 도심 관측망 강화, 해양 및 산악 등 관측 공백 지역에 대한 무인 관측 시스템 도입, 드론 등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대기 하층 관측 등 더 많고 정확한 데이터를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기상청은 날씨를 예보하는 기관을 넘어, 기후변화에 맞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지탱하는 과학 기반의 ‘기후위기 대응 허브’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기상청이 나아가야 할 길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다. 기상청은 측우기에 담긴 정신을 계승하고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기상관측 기술을 발전시키고, 사회 전반의 기후 감수성을 높이는 국민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 앞에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미래를 안전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기상청의 담대한 비전과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