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단순한 사무 공간이 아니다.
한 나라의 권위, 나아가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정치의 상징물이다.
국제적으로 이런 대통령 집무실 빅 3로 평가 되는 곳이 있다.
미국 백악관(White House), 프랑스 엘리제궁(Palais de l'Élysée), 러시아 크렘린궁(Senate Palace)이다.
말이 필요없는 백악관은 1791년 연방정부의 입지 선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위치를 선정했다.
8년 간의 공사 끝에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가 첫 입주를 했다.
1812년 영국과의 전쟁에서 불타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건재하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백악관은 그 자체가 미국 역사를 담고 있는 박물관이어서다.
'엘리제 궁'은 프랑스 제2공화국 때인 1848년 법으로 공화국 대통령의 거주지로 공식 지정됐다.
원래 왕족·귀족들이 소유했던 건물로 유럽식 고전미와 화려한 샹들리에가 돋보인다.
고급 궁전 왕정의 유산이 공화정의 상징이 돼 의미가 더하다.
모스크바 대공국의 대공 궁전이었던 러시아 크렘린궁.
1849년 이후 대부분 기간 동안 러시아 황제의 집무실로 쓰였고 현재는 러시아 대통령의 공식 집무실이다.
궁전은 길이 124m, 높이 47m, 총 면적이 무려 2만5000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금빛 장식과 대형 돔 천장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를 더하는 이들도 있다.
영국 총리 집무실인 ‘다우닝가 10번지’는 1735년 국왕 조지 2세가 첫 총리격인 로버트 월폴에게 선사한 집이다.
월폴은 개인적인 선물로 받는 것을 거절하고, 후임 총리에게 대대로 물려주는 조건으로 입주했다.
이후 ‘다우닝가 10번지’는 영국 정부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모두의 공통점은 규모와 화려함을 떠나 한 곳에서 100년 이상 길게는 300년 가까이 자국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밖에도 세계 각국은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문화를 집무실에 녹여내고 있다.
정치와 상징성을 떠나 예술성과 품격이 느껴지는 곳도 많다.
유려한 곡선과 유리 외벽, 모더니즘의 정수로 평가되는 브라질 플라날토 궁(Palácio do Planalto).
멕시코 국립궁전 (Palacio Nacional) 벽화 작가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으로 유명하며 역사 깊은 건물로 이름이 높다.
황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일본 궁성(Imperial Palace)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들 또한 한 곳에서 100년 넘게 정치 상징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청와대는 그동안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빛나는 집무실이란 평을 받아왔다. 적어도 용산 이전까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경무대에서 60년 청와대로 명칭을 변경, 지금에 이르고 있으니 역사는 길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에 담긴 대통령들의 영욕은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다.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용산으로 옮긴 지 3년 7개월 만이다.
이사 작업은 크리스마스 이전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안 및 경호의 문제로 대통령 관저는 내년 초에 이사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복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영원한 복귀가 아니라 '한시적'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종집무실' 건립을 공약한 바 있다.
현재 세종집무실은 신속 추진 방침에 따라 지난 9월 국제 설계공모를 마치고 당선작 선정 단계다.
내년 건축 설계·착공이 이뤄지면 2027년 하반기쯤 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또 이삿짐을 싸야 한다. 대통령실 주소지도 3곳이 될 공산이 크다.
과연 국민들은 이를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릴까. 또 역사엔 어떻게 기록될까.
'블루하우스'로의 이사를 계기로 궁금증이 더하는 2025년 마지막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