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속 가능한 평택을 위해 더 이상의 평택항, 평택호 희생은 없다

정윤서 박사 / 남서울대학교 겸임교수·(사)평택당진항발전협의회 기획국장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님께서 평택항 유휴수면을 활용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택항의 준설토 투기 예정지인 약 727만㎡의 넓은 수면을 국내 최대 규모인 500MW급 수상 태양광 후보지로 검토 중이라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한국농어촌공사가 평택호 수면에 ‘태양광 발전소’를 추진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우리 평택 시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걱정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소중한 평택항과 평택호의 경관이 추가적으로 훼손되고, 생태계와 수질이 악화되며, 어업 환경의 변화, 선박 안전 문제, 그리고 미래 평택의 배후단지 개발 방향성과 시민들의 오랜 추억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걱정들입니다. 평택시는 이미 이 사업에 대해 “평택호 수면에 대형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 수질 악화는 물론 경관 훼손, 빛 반사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언뜻 들으면 재생에너지 확보라는 거창한 목표와 지역 활용이라는 효율성이 돋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평택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헤아릴 수 없는 난관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갈등과 위협을 동반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평택의 미래를 묻는 핵심 질문

 평택항을 배후단지로 매립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인지, 아니면 오랜 기간 수상 태양광 단지로 활용할 것인지,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핵심 질문입니다. 경기도는 준설 토 투기용으로 계획된 유휴 수면을 수상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생산과 병행하는 방향을 제안했지만, 이는 단순한 병행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래 평택의 지형과 산업구조를 뒤흔들 중대한 결정이며, 이 선택은 필연적으로 환경 보존과 에너지 개발의 충돌, 어민들의 생존권 위협, 기존지역 개발 방향성과의 마찰, 그리고 해상 안전 문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큰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기 다른 목표와 가치를 가진 주체들 간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기술적 난관과 안전 위협, 섣부른 추진은 금물!

 해상 태양광은 일반 육상이나 내수면 태양광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술적, 안전상의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거친 파도, 태풍, 강력한 조류와 조수간만의 차이, 그리고 염분 가득한 해양 환경은 구조물의 하중, 피로, 부식 위험을 극대화합니다. 이는 설계와 시공, 부식 방지 기술 수준을 훨씬 높여야 함을 의미하며, 당연히 막대한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안전’입니다. 평택항은 수많은 대형 선박이 오가는 국제 무역항입니다. 만약 부유식 구조물이나 계류 체계, 전기 설비가 파손되어 표류라도 한다면, 선박과의 충돌은 물론 항로 장애, 심지어 화재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로 설계와 해상 교통 안전 대책은 필수불가결하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철저한 검증과 대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평택항과 평택호의 소중한 추억의 상실, 그리고 훼손된 경관

 우리에게 평택항은 단순한 물류의 중심지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처럼 거대한 항만이 들어서기 훨씬 전, 이곳은 가족과 함께 망둥어 낚시를 즐기며 소박한 행복을 나누던 추억의 공간이었습니다. 평택호 역시 인근 삽교호처럼 수산시장이 성행하여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북적이던 활기찬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정겨운 모습과 생활의 활력은 평택 시민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과 함께 발전의 필요성도 있습니다. 시흥에서 평택을 거쳐 부여, 익산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37.7㎞의 국내 최대 민자 고속도로인 익산-평택고속도로(서부내륙고속도로)는 꽉 막힌 서해대교의 교통량을 분담하고, 평택호 관광단지를 관통하는 교량과 아산만 방조제 국도변을 따라 평택호를 지나는 도로가 생기며 지역 간 연결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물류와 교통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명분도 있었죠. 하지만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지울 수 없는 경관 훼손이라는 아픔이 뒤따랐습니다. 고속도로 교량이 평택호 위를 가로지르면서, 오랜 시간 시민들의 쉼터이자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했던 평택호의 자연 경관은 이미 상당 부분 그 모습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한 차례 소중한 경관을 개발의 칼날에 내어주며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또다시 이 평택호와 평택항에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들어선다면, 남아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깃든 역사를 또다시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개발의 대가를 치러왔으며, 더 이상의 무분별한 훼손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위협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불확실한 경제성과 제도의 늪은 지역 사회의 부담으로 이어질 위험

 현재 국내 해상·수상 대규모 태양광 사업은 장기 운영 사례가 부족하고, 표준화된 관리 기준조차 미흡합니다.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사후 모니터링, 공유 수면 사용료 체계 등이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사업 추진은 또 다른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은 물론, 특수 부유체·내식성 자재, 해상 유지보수, 태풍·파손 대비 보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은 결국 전력 판매 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미래에 정책이 변경되어 태양광 설비를 철거해야 할 경우, 추가 비용과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지역 사회와 시민들의 몫으로 남겨질 것입니다.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을 촉구하며 더 이상의 희생은 없습니다

평택항과 평택호는 단순한 항구와 호수가 아니라 우리 도시의 미래이자 자랑스러운 상징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의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고, 현재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귀한 자산입니다. 겉으로만 화려해 보이는 재생에너지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시민의 안전, 지역 경제, 환경, 경관, 그리고 추억까지 희생시키는 정책 결정은 결코 올바르지 않습니다. 평택 시민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평택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시민들의 행복을 위한 더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을 촉구합니다.

 졸속 행정을 지양하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평택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평택의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