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개설 의료기관, 사회적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

김상한 건강보험공단 수원서부지사 행정지원팀장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 그리고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를 국정 과제로 삼고 있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반 년이 지났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여 국민의 건강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할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근절하지 않는 한 국민이 정당하게 누려야 할 건강권을 온전히 지켜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질병이나 신체에 이상을 느낄 때 전문가인 의료인을 믿고 자신의 건강을 맡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교묘한 수법으로 부당한 영업을 이어가며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위협하고, 의료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함에 따라 국민의 안전과 환자의 권익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렵다. 이 같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이 과연 환자를 중심에 둔 진료와 올바른 윤리의식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올 해 2월 기준으로 불법개설 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 부당하게 청구한 금액이 무려 2조9천억 원에 달하여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누수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과도한 재정지출을 줄인다면 노인 간병비나 필수의료 서비스 등 보험급여 범위를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불법 증개축으로 안전관리가 소홀했던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47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있었다. 이 외에도 태아를 질식사 시킨 후 의료 폐기물과 함께 소각한 낙태전문 의원, 말기 암 환자들의 심리를 악용해 38억 원을 선결제 받은 후 잠적, 가짜 입원 확인서를 발급해 100억 원대 보험금을 편취한 사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처방과 진료를 일삼은 사무장병원 등 수 많은 불법개설 기관들의 문제가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법개설기관들의 부도덕한 행태는 여전히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어 그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국민과 가족들의 정당한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불법개설 기관의 폐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부 부처는 불법개설 기관에 대한 단속과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는 의료기관 개설‧관리의 주체로서 불법개설기관을 사전 차단하고 현장점검을 강화하여 의료질서를 확립하는 데 힘써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재정관리 기관으로서 정부 부처 및 지자체와의 협업과 정보 공유를 강화하여 데이터 기반으로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고 보험재정 누수를 차단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건강보험 제도의 수혜자이자 사회적 감시자인 국민들이 건전한 의료이용 문화를 조성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동참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불법개설기관이 더 이상 뿌리내리지 못하고, 건강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의료복지 시대가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