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심재덕 시장이 우리 이름을 불렀다 “이 사람들아, 행궁 복원하느라 고생 많았네”
지난 18일, 35년 전부터 시작됐던 수원화성행궁 복원사업의 마침표를 찍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화성행궁이 복원되기까지의 과정과, 복원사업에 뜻을 같이해 참여한 사람들, 즉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 임원과 이사, 위원들의 이름을 기록한 안내판 제막식과 ‘다시 만난 수원화성행궁’ 책자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는 당시 추진위원회 이홍구(본부장)·임병호(기획부장)·송철호(총무부장)·김우영(홍보부장)과 김동욱(화성행궁 1~2단계 자문위원), 그리고 실무자로써 고생이 많았던 전흥섭(전 수원문화원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우리의 노고를 위로해줘서 고마웠다. 돌이켜 보면 심재덕 시장 이후 우리를 초청해서 격려해준 사람, 화성행궁 건물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춰 안내판과 책까지 만들어 준 시장은 이재준 시장이 유일했다.
그 오랜 세월, 잊혀져가던 우리를 세상에 다시 알렸다. 그동안 김동휘 추진위원장, 심재덕 시장 등 수많은 공로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더 늦기 전 남아 있는 추진위원들을 배려해 준 수원시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1년 전 쯤 이 시장은 집무실로 우리를 초청했다.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안내판과 책자를 만들어 복원 과정과 복원에 공로가 있는 추진위원들을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은 지켜졌다. 안내판 제막식에 앞서 가진 차담회에서도 앞으로도 추진위원들의 공로를 잊지 않고 관련행사에 초대하는 등 “잘 모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담회에 이어 화성행궁 앞에서 안내판 제막식이 열렸다. 어떻게들 알았는지 화성연구회 최호운 이사장과 회원, 지역주민 등 많은 시민이 오셔서 함께 축하해주셨다.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 드디어 오늘 안내판 설치를 끝으로 35년간 이어진 화성행궁 복원사업 대장정이 마무리되는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복원사업추진위원회가 발족될 때 홍보부장을 맡았던 나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는데 이제 칠순이 됐다.
제막식이 끝난 뒤 화성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만난 수원 화성행궁’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 책은 1989년 시민 주도 복원 추진단계부터 2024년 2단계 복원 마무리까지 35년의 과정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발굴과 행정 기록에 더해 구술 기록과 에피소드를 담았다. 복원에 함께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복원사”라고 소개했다. 딱딱한 행정자료가 아니라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게 잘 만들었다. 화성사업소 담당자들, 고생 많았다.
토크 콘서트에는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관계자(이홍구·송철호·임병호·전흥섭·김우영), 자문위원(김동욱), 담당 공무원(오선화) 등 화성행궁 복원 공로자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오선화 과장은 “그동안 화성 복원에 관한 기록은 거의 건물에 관한 것이었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행궁 복원공로자는 거의 돌아가셨다”며 “더 늦기 전에 살아 계신 공로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토크 콘서트의 배경을 설명했다.
“향토사학자 이승언씨가 1989년 5월 말 채색본 수원 화성행궁도를 가지고 수원문화원 심재덕 원장을 찾아왔고 심 원장은 행궁복원을 결심하게 되었다”(송철호 추진위 총무부장)
“그 채색 행궁도를 가지고 화장실에 간다고 나와 급하게 30여 분간 기사를 작성하여 송고, 특종으로 1면 기사로 나오면서 전국에 행궁도가 알려졌다”(임병호 추진위 기획부장)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소개됐다.
이어 이홍구 추진위 본부장은 심재덕, 김동휘, 이종학, 안익승, 이승언 씨와 함께 임사빈 경기도지사실을 찾아간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공로자 중 한사람으로 임사빈 지사를 꼽기도 했다.
전흥섭 당시 수원문화원 사무국장은 심재덕 문화원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뒷바라지해 왔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심 시장은 거액의 운영비를 내놓았으며 문화 행사 등 모든 관련 비용도 자비로 부담하셨다. 희생정신이 남달랐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우영 추진위 홍보부장은 “정조대왕은 조선의 22대 왕이고, 심 시장은 수원시 22대 시장이었다. 정조는 개혁 군주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고, 심 시장 또한 행정, 지역발전 등 추진에 리더십이 있었으며, 두 분 다 효성이 지극했다. 심재덕 시장은 정조대왕의 환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김동욱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화성과 경복궁은 비슷한 시기에 복원했다. 경복궁에 없는 것은 수원화성에는 있다”며 “화성은 기록이 있지만 경복궁은 기록이 거의 없다. 기록이 있는 화성은 복원을 바로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분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옛일이 생각나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 일이 마지막에 벌어졌다. 행궁동에서 시민배우로 활동하는 주민 한 사람이 우리에게 큰 절을 한 것이다. 황급히 맞절을 했다. 사실 이 절은 세상을 떠난 심재덕·김동휘·이승언·이종학·안익승 선생...이 분들이 먼저 받아야 한다.
그 후 영상 하나가 스크린에 비춰진다.
심재덕 시장이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나온 우리 이름을 하나씩 부르면서 “이 사람들아, 그동안 고생 많았네”하며 싱긋 웃었다. AI로 만든 영상이었다.
꾹꾹 눌렀던 눈물이 기어코 흘렀다. 옆을 보니 전흥섭 형도, 임병호 형도, 송철호 형도 눈에 물기가 그렁그렁 담겨있다. 조금 더 살아계셔서 오늘 제막식도 보고, 토크콘서트에도 나와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도 저 세상에서나마 이 모습을 지켜보며 기뻐하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