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다. 정유생으로 나이도 같고 한자이름도 맨 끝 자만 빼놓고 같다. 그는 소설가이자 중부대 객원교수인 김우영이다. 매주 이메일로 ‘길 위의 인문학 나눔’을 보내준다.
이번 인문학 나눔 주제는 ‘까치밥 이야기’다.
미국 출신 소설가인 펄벅이 1963년에 발표한 소설 ‘살아있는 갈대’에 나온 한국인의 ‘고결한 까치밥 정신’이야기를 소개했다.
한국의 대한제국부터 해방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처럼 펄벅이 한국을 사랑하게 된 까닭이 있다.
펄벅이 1960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이 든 농부가 소달구지에 짚단을 싣고, 자기 지게에도 짚단을 잔뜩 진 채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짚단을 모두 소달구지에 싣고 당신도 함께 타고 가면 좋으련만 왜 힘들게 걸어가는 건가요?”라는 물음에 농부는 “이 소도 온종일 힘들게 일했으니 짐도 나눠서 지고 가야지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펄벅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었던 것을 다 보았다”라고 술회했다.
다른 장면은 까치밥 이야기다.
감나무 까치밥이 겨울새들을 위해 일부러 남겨 둔 것이라는 설명에 펄벅은 특별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내가 한국에 와서 보고자 했던 것은 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었다. 이 까치밥 정신 하나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펄벅의 말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한 나라는 미국이며, 다음으로 사랑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고상한 민족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다”라는 말까지 했으니 그의 한국사랑을 알 만 하다.
김우영 작가는 칼럼 말미에 가수 나훈아의 ‘홍시’까지 언급했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어머니를 여읜 사람들의 눈물샘을 터트리게 한다. 어디 그리움의 눈물뿐이랴. 생전에 저질렀던 불효가 생각나 가슴을 치게 한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중학교 입학시험 결과를 확인하러 봉담에서 오목내까지 걸어 나와 버스를 타고 수원북중학교 앞에 도착한 시간은 점심 무렵이었다. 합격을 확인하고 나서 뛸 듯이 기뻐하는 어머니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왜냐하면 내가 다니던 봉담초등학교(당시는 봉담국민학교)에서 둘만 합격했기 때문이다.
기쁨은 기쁨이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어머니의 표정이 곤혹스러웠다.
“얘, 얼른 집에 가서 먹자”며 내 눈치를 보던 어머니는 학교 앞 가게에서 연시 한 개를 사서 내게 건넸다. 버스비를 제외하곤 돈이 없으니 한 개만 산 것이다.
어린 마음이지만 집안 형편을 아는지라 ‘외식’을 하자고 투정을 부릴 순 없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뒷날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연시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치아가 모두 빠진 후에는 “나는 연시가 제일 좋더라. 단감은 무슨 맛으로 먹니?”라고 종종 얘기하시곤 했다.
그래서 어머니 기일이 되면 꼭 연시를 올린다. 봄철엔 연시를 구하기 어려워 가을에 대봉감을 냉동고에 넣었다가 제상에 올리곤 했다.
지난 2012년 어머니가 가셨다. 13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연시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나훈아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노래처럼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그리고 나도 이제 이빨이 점점 물러나 연시가 좋아진다. 그런데 이놈의 혈당...빛 좋은 연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