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천헌금, 아직 끝나지 않은 정치판의 오랜 적폐

박해광(국민의힘 광주시을 수석부위원장)

 

지역주민은 늘 구경꾼이 되는 지방선거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주민의 선택’과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선거 현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말들이 얼마나 공허한 수사에 불과한지 금세 알게 된다.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가기 전, 이미 승부는 공천 단계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 대다수 지역주민은 정당의 색깔만 보고 투표해 왔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봉사하고 활동해온 인물보다 중앙당 지도부나 지역 실세 국회의원과의 밀착관계가 지방선거 정당공천의 핵심 기준이 되는 현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여러 지방선거에서 지역 여론조사 1위 후보가 공천에서 배제되고, 중앙당 또는 지역 핵심 국회의원과 밀접한 후보가 전략공천 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 결과, 지역주민들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론을 승인하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정당공천이 권력이 되자, 그 주변에는 늘 돈이 따라붙었다. 과거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드러났듯,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제공한 사건들은 한두 건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가 적발된 경우보다 수면 아래에서 드러나지 않는 관행이 훨씬 많다는 데 있을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이미 막대한 비용을 치른 후보가 당선 이후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 구조가 지방정치를 병들게 하고, 행정의 공정성과 신뢰를 갉아먹어 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과도한 영향력이다. 많은 지역에서 시장·군수·지방의원 후보의 공천 여부가 지역위원장을 겸한 국회의원의 개인적 판단에 좌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실제 필자도 4년 전 광주시장선거 예비후보 시절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이런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왕적 지역 국회의원이 지방정치와 행정을 망가뜨리고 지역주민에게 큰 민폐를 끼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연장선이 아니며, 지방의 선출직도 국회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하위도구나 조직이 아니다. 정당공천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지방선거는 바뀌지 않는다. 낙하산 인물은 순환하고, 문제는 고착된다. 그 결과 주민들의 정치 혐오는 점점 더 깊어진다. 지방자치선거는 주민의 삶을 책임질 사람을 지역주민이 직접 선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이전에, 누가 후보를 정하는가 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