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330)] '기린도(麒麟圖)'

정준성 주필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기린도(麒麟圖)'를 선물했다.

민화형태의 그림엔 전설 속 동물인 기린(麒麟)과 천도복숭아, 모란꽃이 한 폭에 담겼다.

기린은 성인의 출현, 태평성대의 징조를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우호와 번영을 기원하는 메세지가 담겼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아울러 '기린'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그렇다면 그림속 '기린'은 어떤 동물일까?

기린은 현존하는 '목이 긴 포유류'가 아니라 중국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선 천상을 왕래하는 영수(靈獸)로 통한다. 

신령스럽고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돼 고구려 때부터 형상화 되기 시작했다. 

용과 말 사이에 태어났으며 수컷을 ‘기(麒)’, 암컷을 ‘린(麟)’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모습은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와 발굽을 가졌다.

이마에는 한 개의 뿔이 달렸고 몸에는 용의 비늘이 덮혀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엔 기린을 몸에 반점 등이 있는 사슴의 형태도 있다.

안악1호분을 비롯해 무용총과 삼실총, 강서대묘, 오회분오호묘 등, 벽화고분 천장부에서 발견된 모습이다.

신라 와당 (新羅瓦當)과 전돌에서도 용 봉황과 함께 기린을 새겼다.

고려시대에는 동경을 비롯한 청동제 공예품과 드물게는 청자 향로의 뚜껑 꼭지에 형상화되기도 했다.

왕의 호위군을 ‘기린군(麒麟軍)’이라 칭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기린은 이상적인 왕도정치의 상징으로 여겼다.

사용도 제한되었고, 왕이 타는 어련이나 세자의 말다래를 비롯해 주로 왕실용 기물에 사용됐다.

그리고 왕족의 관복 흉배(胸背) 문양에만 새겼다.

기린은 조선 후기에 와서야 불교 사찰의 장엄용 서수로도 확산되면서 '민화' 형태로 병풍 등에 등장했다.

화조도나 십장생도에도 그려졌다. 자손 번창과 가문의 번영을 기원하는 길상용 장식화로 진화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명은 1000년, 자애심이 가득하고 덕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서다.

천 리 길도 단숨에 달리고 심지어는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해서 더 그랬다. 

중국에선 고대부터 이런 기린을  우주 운행 질서의 가장 중심이 되는 신으로 여겼다.

지금은 동물들의 우두머리로 사후 세계의 수호자, 살생을 미워하며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덕의 화신이라 여긴다.

참고로 중국에선 실제 동물인 기린을  ‘장경록(長頸鹿)’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