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바마와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

홍기헌 수원시의회 의장

과연 미국에 흑인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요즈음 세계인의 관심거리이고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얘기가 많이 오고 간다. 하기야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는 필자의 집사람도 요즘엔 미국 대통령 선거전 TV 뉴스를 보면서 “여보,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올 수 있겠수?”하는 것을 보니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이목이 ‘미국 대통령이 과연 누가 될까?’에 집중되고 있다.

며칠 전 필자는 조선일보 김흥선 논설위원이 쓴 만물상(萬物相)을 보고 미국 제32대 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 부인인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가 생각나서 몇 자 졸필을 들었다.

오래전 서강대학교 이보형 교수가 쓴 엘리너 여사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내용에 나오는 얘기 중 “지금은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더 가난하고 자리도 낮고 더 무식할지 모르나 오랜 세월이 지나면 지금과 반대로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더 나아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자기보다 좀 낮아 보인다고 우쭐대거나 깔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언제든지 남을 평등하게 대접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얼마나 뼈저리게 내 마음에 와 닿는지 가끔 사람들 만날 기회가 있으면 엘리너 여사의 얘기를 하곤 했다. 과연 우리 인류사회에 인종 차별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김흥선 논설위원이 쓴 내용을 보면 루스벨트 대통령 부인 엘리너 여사가 그 당시 흑인 옹호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덕에 미국 흑인들은 2차대전이 끝날 무렵에야 제대로 일자리도 얻고 군대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960년대 인권운동을 거친 뒤로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공식 호칭을 얻었다고 한다. 이쯤에서 항상 약자의 친구가 돼 인도주의와 인류 평등주의를 부르짖었던 엘리너 여사가 직접 실천했던 두 가지 사례를 들고자 한다.

먼저 1935년 어느 날 미국 엘라바마 버킹검 시에서 인류의 번영을 의논하기 위한 회의가 있었을 때 엘리너 여사도 여성대표로 참석하게 되었다. 여사가 회의장에 도착해 보니 회의장 중간에 통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흑인대표, 또 한쪽은 백인 대표로 갈라놓은 광경을 보았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화가 난 여사는 백인들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흑인 대표석에 앉았다. 그랬더니 백인 대표는 물론 경찰관까지 동원되어 백인 자리에 앉으라고 엄숙하게 요구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자 분노한 백인들의 아우성과 기뻐하는 흑인들의 박수소리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또 한 예로는 1939년 미국 혁명 부인회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그 단체가 갖고 있는 큰 강당에서 유명한 흑인가수 마리안 엔더슨 독창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엔더슨은 흑인들이 노예였을 때 흑인들의 애환을 부르던(흑인영가) 유명한 흑인가수이다. 우리나라에도 한번 온 기억이 난다. 그러나 독창회가 열리기 직전 강당을 빌려줄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그 이유로는 흑인이 이런 훌륭한 강당에서는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화가 난 엘리너 여사는 그 부인회를 탈퇴하고 몇몇 뜻이 맞는 사람들과 협력해 링컨기념관에서 독창회를 하도록 주선해 주었다.

미국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별로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나 이와 같은 인종차별 문제로 사건이 있은 후 수많은 흑인은 엘리너 여사를 그들의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게 됐고 늘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오바마가 미국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는 엘리너 여사 처럼 인류사회의 인종차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한 가지 더 부언한다면 45년 전 1963년 흑인 민권운동가인 마틴 루터킹 목사도 흑백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며 “나에게는 꿈이 있다”라는 역사적인 연설이 오늘의 흑인시대를 열게 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평소 엘리너 여사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쓴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고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세계인의 큰 관심거리이며 선거 양상이 인종 간, 성별 간의 대결 구도로 가고 있어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오는 11월 4일 실시되는 선거에서 우리나라의 국익과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세계 대통령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