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수원 詩, 수원 詩人'(92)] 구본일 '물집'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물집

                        구 본 일

 

몸에 수분이 부족할까 봐

가슴속 그윽한 곳에

집 한 채 지었다

 

그 집으로 인해

맘 쓸 일이 만만치 않고

바로 헐어야지 하다 머뭇머뭇

 

고통 없이 사는 이가 있을까

고개 돌려 품었다

 

익숙해지면 잊을까 싶다

물집이 한 사람을 

거뜬히 살아가게 한다.

 

물집은 간혹 스트레스나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어 생기도 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특별한 자극이 없던 피부 표면에 단시간에 강한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졌을 때 생긴다. 새 신을 신었을 때 뒤꿈치에 혹은 망치나 방망이 같은 연장을 안 쓰다가 사용했을 때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는 일은 우리가 흔히 겪는다.

첫 연부터가 재미지다. 시인은 물집이 ‘몸에 수분이 부족할까 봐’ 생겼다고 한다. 물집으로 오는 쓰라림을 넉넉히 넘기고도 남는 너스레이다. 그 물집이 생기게 된 직접적 원인이 될 사연 또한 ‘가슴속 그윽한 곳에/집 한 채 지었다’고 했다. 이 얼마나 건드러진 여유냐.

‘그 집으로 인해/맘 쓸 일이 만만치 않고/바로 헐어야지 하다 머뭇머뭇’ 

물집이 잡혔을 때 흔히 하는 망설임이다. 특별히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만 콱 터뜨려 버려’ 하다가 혹시 덧나는 거나 아닐까 하는 염려에 머뭇거리게 된다.

그리고 이내 시인은 작은 물집 하나에 깨달음의 의미를 부여한다. ‘고통 없이 사는 이가 있을까/고개 돌려 품었다//익숙해지면 잊을까 싶다/물집이 한 사람을/거뜬히 살아가게 한다.’라고. 

그렇다. 신산한 세상살이에 크고 작은 고통이 없을 수는 없다. 그 고통도 가슴에 품으면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 고통이 더 큰 고통을 이기게 하고 ‘한 사람을/거뜬히 살아가게 한다.’

구본일 시인이 지난해 늦가을 간행한 《수원 詩人》 12집에 발표한 시를 그대로 옮겨봤다. 그 어떤 아픔이더라도 넉넉히 가슴에 품어 한편 시로 승화시킬 수 있는 시인의 역량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구본일 시인이 수원시인협회 회원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함에도 어쩌다 보니 그간 만남이 성글었다. 꽃샘추위기 물러날 때쯤 만남을 기대한다.

 

 

구 본 일 시인

《코스모스문예》로 등단

수원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