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주부 박 모(57·영통) 씨는 혼자 150여㎡ 규모의 너른 집에서 살 필요가 없어 인근 부동산에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았다. 대신 작은 소형 아파트를 얻어 관리비를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전세로 내놓은 지 5개월째가 넘어도 나가지도 않고, 집을 보려고 방문하는 사람도 거의 드물었다. 박 씨는 "추석이 지나고 나서 본격적인 이사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최근 수원, 화성, 오산, 용인 등 수원권 지역 전세시장 흐름을 보면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체념했다.
수원권에 신규개발이 이뤄지는 곳이 크게 없는데다, 하반기에 입주하는 물량이 많아 내년까지 전세시장의 침체가 지속된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하나같은 설명이다. 하반기에만 수원권에 4만여 세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기존 아파트 전세 물량과 신규 물량을 넘치는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 8일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가을 수도권 입주 예정 아파트 물량만 82곳 4만 5천655세대에 달한다. 이중 경기납부권에 절반가량인 2만여 세대가 집중돼 있다. 부동산114는 수원권 입주 예정 물량만 화성 2만 3천426세대, 수원 9천292세대, 용인 6천89세대 등 총 3만 8천807세에 달하면서 집값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들 지역의 지난 1일 세제개편안 이후 전세금이 화성(-0.03%), 수원(-0.03%)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따라서 올가을 전세시장은 과잉공급과 수요마저 드물어 전세금도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통상 수요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인 만큼 전세를 찾는 사람에 비해 전셋집이 없으면 전세가는 상승하고, 반대로 전셋집은 넉넉한 반면 수요가 없으면 오히려 가격은 내려가는 까닭이다. 특히 수원권은 택지지구나 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한꺼번에 입주 물량이 늘면서 주변 전세시장의 침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달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되는 화성 향남지구(5천780세대) 등 화성지역의 약세다 두드러진다. 동탄신도시, 봉담지구 등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2만 3천426가구의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현재 향남지구에 있는 신성미소지움 112㎡ 전세금은 8천250만 원대며, 우림 필유 105㎡는 9천500만 원 선, 풍림아이원·화성 파크 드림 등 112㎡는 8천만∼1억 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투자가치가 높다기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이 이뤄졌지만, 경기침체로 잔금을 치르지 못한 집주인들이 전세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용인과 수원지역은 광교신도시의 영향권으로 아파트 시세 및 전세금도 바닥을 치고 있다. 수지구 상현동 S공인 대표는 "상현동 동일 달콤한 188㎡ 전세가격이 1억 7천만 원 선으로 올 초 2억 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3천에서 4천만 원 낮춘 가격에도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입주를 앞둔 성북지구 인근 벽산첼시빌 2차 214㎡는 1억 6천만 원대로 주변 중소형 전세 시세와 가격 차가 크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수원에서도 연말까지 9천292세대가 집들이를 하는데다, 동탄으로 이주하는 영통지역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전세금도 급락하고 있다. 망포동 S공인 대표는 "주변 전세금이 떨어지면서 서울 접근성이 좋은 용인이나, 영통지구보다 저렴한 동탄으로 빠져나가는 세대가 늘면서 올 초보다 많게는 4천만 원 이상 전세금이 떨어진 곳도 속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통동 황골신명 아파트 79㎡가 지난달보다 300만원 내린 8천400만∼9천400만 원 선에 물량이 나오고 있고, 망포동 쌍용 115㎡도 1천500만 원 하락한 1억∼1억 1천만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초와 비교하면 3천만 원 가량 전세금이 낮아진 셈이다.
여기에 오는 11월 권선 SK VIEW(11~15층, 1천18세대)와 장안구 천천동 천천주공 푸르지오(2천571세대)와 화서 위브하늘채(807세대)가 입주를 시작하면 전세시장의 일시적 공황상태도 예견된다. 연내 재건축 단지 총 4곳에서만 4천480세대가 쏟아진다. 이미 천천동 푸르지오 인근 현대홈타운은 109㎡가 연초 1억 8천만 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1억 5천만 원으로 3천만 원가량 내리고 나서 현상유지하고 있다.
장안구 P부동산 대표는 "관리비 부담이 덜한 소형아파트에만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중대형 아파트 전세금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입주 물량이 내년까지 이어져 봄 이사철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