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수원 詩, 수원 詩人'(94)] 장선희 '그렇고 그런 봄'
그렇고 그런 봄
장 선 희
2월 이쯤
그래 이쯤
바람이 바뀌고 시체 같았던 나무에 봉오리가 나고
겨우내 겨울을 오늘처럼 알았고
봄에 집착하지 않았다
2월은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 이틈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새로울 것 없이
일상에서 눈을 뜨면 제자리인 풍경 속
숨 쉬는 연두색이 보이고
사람들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매년 읽던 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로 환승한 장면처럼
익숙한 모습들
이 기류는
뭐든 억지로 그 무엇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버릇처럼 내면을 헤집고
길들일 수 없는 마음에 허상을 만들어 짐작하게 한다
휘둘리지 않을 거다
꽃이 피고 지는 일에 무감각하고 싶다
그럴듯하게 고뇌하는 사람처럼
그렇고 그런 2월의 봄은 끝이 나는
그렇고 그런 봄에
그렇고 그렇지 뭐.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 중의 하나이다. 대수롭지 않고 특별히 마음을 끄는 무엇이 없을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시인은 2월의 날들을 ‘그렇고 그런 봄’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2월은 애매한 계절이다. 입춘도 지났다. 중순쯤에는 24절기 중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걸치니 분명 겨울은 아니다. 그렇다고 봄이라기에는 최저기온이 여전히 영하를 가리키는 날도 많고 때로는 심술궂은 폭설이 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그 앙칼진 꽃샘바람 속에서도 나뭇가지에서는 맹아(萌芽)가 튼다. 시인은 그 2월을 ‘2월 이쯤/그래 이쯤’이라며 우리의 오랜 경험에서 가늠케 하는 시간을 제시한다. 그 2월은 분명 ‘바람이 바뀌고 시체 같았던 나무에 봉오리가 나’는 때인데 말이다.
제목에서 ‘그렇고 그런 봄’이라 했듯이 ‘새로울 것 없이/일상에서 눈을 뜨면 제자리인 풍경 속’이다. 여느 2월이 그랬듯이 ‘숨 쉬는 연두색이 보이고/사람들 옷차림이 가벼워지고/매년 읽던 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로 환승한 장면처럼/익숙한 모습들’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봄이 왔다는 믿음으로 ‘뭐든 억지로 그 무엇을 끄집어내려’ ‘버릇처럼 내면을 헤집고/길들일 수 없는 마음에 허상을 만’든다. 시인은 그런 반복되는 습관에 성찰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그 흐름에 ‘휘둘리지 않을 거다’라고 다짐한다. 머지않아 산과 들에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어날 것이고 또 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꽃이 피고 지는 일에 무감각하고 싶다’고 한다. 내면에 그 어떤 가치도 스며들지 않게 하겠다는 단절을 다짐한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그런 가혹한 내면의 채찍질을 감수하는 게 시인이다.
장시인. 그래도 오는 봄은 꽃이 피면 피는 대로 그리고 지면 지는 대로 저만치 두고 그저 맑은 차향에 한 번쯤 스며도 봅시다. 그렇고 그런 봄이 지나고 또 이어지는 그렇고 그런 봄에
장 선 희 시인
《문파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수원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