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 특정 자격사 이익 위한 '회계기본법' 제정 시도 중단 촉구
[수원일보=엄인용 기자] 한국세무사회(회장 구재이)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회계기본법' 제정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특정 자격사 이익만을 대변하는 입법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획일적 감사 체계와 국가회계위원회 신설로 시대적으로 부합되지 않는 ‘관치 금융’이라는 여론마저 일고 있다.
'회계기본법' 제정 시도는 영리·비영리 기업, 공공기관, 학교법인, 공동주택 등에 대한 회계 관련 법제가 분산돼 있다면서 획일적인 하나의 회계기준과 감독 체계로 묶으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회계는 경제주체의 목적과 재무 구조에 따라 기준과 판단이 달라져야 하는 고도의 전문 영역으로, 투자자 보호가 핵심인 영리기업 회계와 예산 집행의 공정성이 중요한 비영리·공공의 회계를 동일한 기준으로 획일화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란 지적이다.
■ 국가회계위원회 신설로 시대 역행하는 ‘관치 금융’ 우려
국가회계위원회는 민간 주도의 회계기준 제정 방향을 역행하는 ‘관치 금융’으로 기존에 잘 정비돼 있는 시스템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우리 사회 전체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이다.
회계기준 통합에 따른 시스템 개편, 감사 체계 변경, 공시 의무 확대 등은 생존조차 어려운 중소기업과 공공기관, 사회적 기업에 과도한 규제와 회계 비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 대상은 대기업·상장사 등 전체 기업의 극히 일부인 0.3%에 불과한데, 전체 경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상장법인과 공공법인까지 동일한 회계·감사 잣대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규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공공부문 무시한 ‘회계사들만의 잔치’…공론화 과정 부재
이번 법안은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특정 자격사 단체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 역시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
회계제도는 국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다양한 전문가 집단과 실무 현장, 시민사회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하는데 이번 입법 추진 과정 중 공론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지난해 11월 26일에 개최된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회계기본법 제정’ 공청회"에 정작 규제 대상인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공익법인 관계자 그리고 이들의 회계를 담당해온 세무사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공청회는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회계사 및 회계사회 관계자로만 채워졌으며 회계사회가 수행한 두 차례의 회계기본법 연구용역('회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회계기본법과 주무부처·정책 거버넌스에 대한 후속연구' 역시 회계사와 관련이 높은 한국회계학회와 한국상사법학회에 맡겨졌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회계기본법 제정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는 커녕, 특정 직역의 권한 독점과 시장 지배력 확대를 초래하고, 사회적 비용과 갈등만 증폭시키는 위험한 입법 시도이며, 회계 투명성은 획일적 통제가 아닌, 각 경제주체의 특성에 맞는 회계기준이 현장에서 원활히 돌아갈 때 확보되는 것”이라며 “회계사가 맡아온 기업회계기준 적용 대상은 약 3만5천여 기업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850만 기업들은 세무사와 함께 중소기업 회계기준 및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준수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한국세무사회는 전국 1만7천여 회원과 7만 회원사무소 임직원, 그리고 세무사가 회계·세무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300만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함께 특정 자격사 이익을 위한 '회계기본법' 제정 시도를 끝까지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