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그날 광화문 광장에서 나도 BTS의 아미가 됐다
지난 1월 27일자 본란에 ‘BTS 3월 광화문광장 공연, 나도 그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다’는 칼럼을 썼다.
그리고 21일 주례 행사가 된 아내, 딸과 사위, 손자 등 식구들과의 점심을 마친 후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이날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광장 컴백 공연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BTS 컴백 라이브: ARIRANG’(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이다.
나름 나이가 들고 난 후 이처럼 설렌 것은 참 오랜만이다.
요즘은 외국여행을 가도 그리 가슴이 뛰지 않는다. 예전엔 제법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말을 들었다. 보름달과 샛별을 봐도 가슴이 뛰었고 탁 트인 풍경 앞에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화유적지 답사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었다.
지금은 둔감해졌다. 고백하자면 명색이 시인이면서 시 쓰는 일도 시시해졌다. 아무래도 ‘시인’이라는 호칭 앞에 ‘전(前)’자라도 붙여야 할 것 같다.
그런데 BTS 공연을 기다리며 가슴이 설레다니... BTS의 팬덤인 아미도 아니면서...
나이도 이제 칠순을 맞았는데.
같은 건물에 우거(寓居)를 마련한 이종구 시인과 함께 1호선 전철을 타고 종각에서 내렸다. 광화문광장으로 가려면 시청역을 이용해야 하는데 전철들이 인근 역에서 정차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상으로 나오니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인도에 빼곡하다. 그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하다. 모두들 웃고 있다.
무교동 골목으로 들어가 닭곰탕으로 저녁을 해결한 뒤 여기저기 입장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 간신히 서울광장 쪽으로 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경찰들이 광장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을 차단한 채 철저한 소지품 검색을 하고 있었다. 몸수색과 함께 가방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사전 예매에 실패한 탓에 메인 구역으로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인파에 떠밀려 간신히 골목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두어 시간 남은 공연을 기다렸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는 청년들이 추워하기에 마침 가지고 있던 핫팩을 건네준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왜 여기 왔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BTS가 있는 이 공간에 함께 있고 싶었다”고 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아마도 전세계에서 온 모든 아미들의 생각이 이와 같을 것이다.
그 때 한 젊은 부부가 난감한 표정으로 하수구를 바라보고 있다.
결혼반지가 하수구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순간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어 제일처럼 나섰다. 핸드폰 조명을 켜서 하수구 속을 비춰주는 사람, 핸드폰 촬영 장비를 건네주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인근 식당 주인이 신발정리 집게를 가져와 반지를 집어 올렸고 주변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부부는 몇 번이나 깊게 허리를 숙여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해 했다.
공연 시간이 임박하자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찼다. 나중에 주최 측이 발표한 바로는 10만 명이 넘었다고 했다. 사고를 우려한 경찰의 엄격한 입장통제가 없었더라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인파가 몰렸을 것이다. 실제로 귀가 시 혼잡이 걱정돼 조금 일찍 나와 보니 경찰이 입장을 막고 있었고, 들어오지 못한 외국인들은 인근 소공동이나 청계천 등지에 모여 앉아 넷플릭스로 실황 중계를 보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BTS는 새로 발매한 앨범에 들어 있는 ‘Body to Body’로 공연을 시작했다. 민요 ‘아리랑’의 선율을 인용한 곡으로 처음 들었는데도 귀에 착 붙었다. 국립국악원 연주자와 소리꾼들이 함께 출연해 무대는 더욱 빛났다.
이어 ‘버터(Butter)’, ‘마이크드롭(MIC Drop)’,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울려 퍼지자 응원봉 ‘아미밤’을 든 아미들의 떼창이 광화문 광장을 지배했다. 새 앨범 타이틀곡 ‘스윔(SWIM)’도 인상 깊었다.
현장에서 BTS의 공연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도 마지막일 수도 있다. 손이 느려서 그야말로 순식간에 끝나는 입장권 구입전쟁에 패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종구 시인이 말했다.
“형, 이렇게 한자리에서 오대양 육대주 각 나라의 인종을 보는 것이 신기해요.”
그렇다. 정말 많은 외국인들이 모였다. 공항 출입국 직원들이 고생했다는 말이 실감이 됐다.
내가 보기에 관객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들인 것 같다.
요즘 말로 ‘국뽕’이라고 했던가. 그 자리에서 왜 내가 자랑스러웠을까.
그날 나는 군대에서 제대한지 46년 만에 다시 아미가 됐다.
BTS 소속사 하이브 의장님! 수원에서도 BTS공연을 하면 어떨까요? 올해와 내년이 수원방문의 해인데다 연무대(동장대) 광장과 수원 월드컵경기장 등 공연할 장소도 충분하답니다. 게다가 정조대왕의 효심과 개혁 의지가 깃든 유네스코 세계유산 화성과 화성행궁, 수원갈비와 통닭거리 등 외국인들이 반할만한 요소도 고루 갖추고 있어요. 서울과의 접근성도 좋아요.
“국가유산과 문화재 보호 및 홍보 방안을 조속히 구체화해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말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BTS야 말로 가장 훌륭한 홍보대사가 될 것이니까요.
공연스케줄이 꽉 차 있다면 뮤직비디오 배경을 화성이나 화성행궁을 해도 어울릴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