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망자의 생애 마지막 기간에 작용한 심리·사회적 요인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하는 일을 ‘심리부검’이라고 한다. 최근 경기도가 심리부검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자살 위험군 중 ‘경제중심위험형’이 높은 비중(36.7%)을 차지했다. 경제중심위험형의 90.4%는 빚에 몰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지게 된 까닭은 주택을 임차하거나 구입할 때의 대출(28.7%), 생활비(23.3%), 사업 자금(20.0%) 등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자살률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20~2022년 사이엔 인구 10만 명당 26명 이하로 감소했지만 다시 상승세를 보여 2023년 27.3명, 2024년 29.1명으로 늘었다. 지난 5일 국가데이터연구원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40대에서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다. 전년보다 4.7명이 늘어났다. 50대와 30대는 각각 4.0명, 3.9명 증가했으며 남성 자살률은 3.5명 증가했다.
심각한 것은 10~19세 청소년 자살률이다. 지난 10년 사이 청소년 자살률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2015년에 4.2명이었는데 2024년엔 8.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여성 청소년 자살률은 2014년과 비교하면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형주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13일 개최한 ‘청소년 자살 동향 원인 분석 및 대응 방안 포럼’에서 “최근 청소년 자살은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문제를 넘어 어린 연령대에서 위험 신호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은 삶의 만족도가 자신의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희망을 찾지 못할 때 탈출구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가 경제중심위험형이 높은 도민, 즉 경제적 문제로 극단적 선택의 위기에 몰린 도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금융과 복지, 정신건강을 잇는 통합 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자살예방대책 추진 전담조직(TF) 1차 회의’의 주제는 경제-금융부채가 중심이었다.
회의에서는 금융 취약계층 고위험군을 위한 구체적인 집중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서민금융지원제도를 통한 경기도 취약계층 지원 ▲경기극저신용대출과 자살예방 ▲경제위기와 금융복지의 중요성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앞으로 도는 전담조직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 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금융과 복지, 정신건강 관련 기관들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조기발견-시간제공-통합연계’를 핵심 실행 수단으로 삼아, 실질적인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채가 죽음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금융과 복지, 정신건강 데이터를 통합해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정책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경기도의 노력이 자살률 감소라는 성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