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동의 視角] 그 어느때보다 잔인한 4월을 맞으며

김갑동 대표이사 /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장

 

4월이 되면 종종 인용되는 영시(英詩)가 있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황무지'다.

그는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4월의 봄비가 잠든 뿌리를 깨우는 과정이 겨울보다 더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름다운 계절인 4월에 걸맞지 않게 '잔인한 행위'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야 6.3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느끼는 올해 4월이 이러하지 않을까 유추해 본다. 

4월은 그야말로 후보간 공천 대전(大戰)을 치루는 달이어서 더 그렇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 살펴보자.

3파전으로 압축된 경기도지사 본경선이 오는 5~7일 진행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을 대상으로 내달 15~17일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결과에 따라 2명은 혹독한 4월의 잔인함을 맛볼 수 밖에 없다.

후보선정 2차 심사결과가 발표된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19개 지역으로 2인 경선에서부터 많게는 7인 경선까지 이달 초 치러진다.

이 또한 결과에 따라 대다수 후보들이 계절의 쓴맛을 봐야 한다.

광역 기초의원 출마 예상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대진표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국민의힘 출마 예상자들도 4월의 잔인함은 더하다.

내홍으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출마신청 기근마저 겪고 있어서다.

여야의 경선 사정이 이렇다보니 후보자 간 비방이나 과도한 네거티브 발생 우려도 임계수치를 넘기고 있다.

후보들에겐 4월이 잔인함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경선 승리자에겐 잔인한 달이 아니라 가슴 벅찬 달이다.

그러나 이 또한 6.3 본선이 남았으니 이래 저래 4월의 가혹함은 상존한다.

아무튼 어수선한 정치판과 상관 없이 개화한 벚꽃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이러한 벚꽃도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는 게 세상 이치다. 

예부터 꽃이 피고 지는 일련의 과정을 권좌에 오르고 내려올 때를 빗대 곧잘 인용했던 이유다.

한 사람의 승자를 가리기 위해 후보 간 피 말리는 싸움이 시작된 4월 첫날.

공천신청에 나선  출마예상자들을 보며, 이런 경구(敬句)가 새삼 떠오른다.

“필 때보다 질 때, 태어날 때보다 죽을 때, 다가올 때보다 떠나갈 때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