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수원 詩, 수원 詩人'(100)] 송소영 '개별꽃'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개별꽃 

                      송 소 영

 

아무도 없는 정류장 빈 의자엔

밤이 무거운 어깨만 축 처진 채 앉아 있고

네가 오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바람만 몇 번씩 휑하니

전광판 막차 시각을 힐끗대다 가버리고

네가 오는 기척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살을 맞대고 산 사십여 년

오지랖 넓어 좀스럽게 시시콜콜 참견했지만

이것도 사랑이라 이름 붙일 수는 없는가!

 

네가 외출한 빈자리마다 나를 예약해 놓고

늦봄의 단비 기다리듯 마냥 서성거린다

오늘은 개별꽃처럼, 나를 잊은

오랜 너의 건망증을 치료해주고 싶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선 ‘개멋지다’라는 말이 ‘그 멋짐이 정도를 넘어서다’라는 뜻으로 접두사 ‘개’가 긍정의 뜻으로도 쓰이기도 하나 보다. 하지만 ‘개’라는 말이 앞에 덧붙으면 일반적으로는 애써 기르지 않은 야생 상태, 혹은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 물건을 지칭하거나 헛된, 쓸데없는 짓이라는 뜻을 덧붙이는 부정의 뜻을 더한다.

개별꽃이란다. 그런데 ‘별꽃’이나 ‘개별꽃’이나 그 생김이나 쓰임에서 특별히 차이는 없는데 하나는 별꽃이고 다른 하나에는 이름 앞에 ‘개’가 붙었다. 아무러면 어떠냐. 특별히 눈길을 끌지 못하는 데에는 도토리 키재기다. 일상에서 가장 옆에 있는 누구로부터도 그 존재감을 끌어들이지 못하니 그냥 별꽃이 아니고 개별꽃일 뿐이다.

인적도 거의 끊겨가는 늦은 시간이다. ‘아무도 없는 정류장 빈 의자엔’ 시적 화자와 ‘밤’만 ‘무거운 어깨만 축 처진 채 앉아 있’다. 그 누군가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바람만 몇 번씩 휑하니’ 지나갈 뿐이다. 

‘살을 맞대고 산’ 세월이 ‘사십여 년’이란다. 때로는 백합이 만발한 들을 건너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굽이치는 바다를 함께 건너온 항로였다. 어찌 크고 작은 갈등이 없었으랴. 그 벌어지고 금이 간 틈도 사실은 ‘오지랖 넓어 좀스럽게 시시콜콜 참견’한 것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변형된 ‘사랑이라 이름 붙일 수는 없’냐고 한다. 

그렇다.

사랑이다.

시적 화자는 ‘네가 외출한 빈자리마다 나를 예약해 놓고/늦봄의 단비 기다리듯’ 마냥 서성인다. 내가 누구였던가. 그 빛나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나를 마치 개별꽃처럼 잊은 건 그의 ‘오랜 너의 건망증’일 뿐이다. 그 잊혀짐이 치유되기를 갈망한다.

나이가 든 탓일까. 나 역시 가장 소중해야 할 존재들에게 그동안 데면데면하게 지내 온 세월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 회한에 눈물 나는 날들이 점점 늘어가는 연유가 무얼까. 한 편의 시로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준 송소영 시인에게 감사를 드린다.

 

 

송 소 영 시인

《문학선》 신인상

시집 『사랑의 존재』 

수원 예술인 대상, 경기시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