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수원박물관 ‘그해 우리는’ 특별전에서 80년대 내 청춘을 만났다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수원박물관 ‘그해 우리는’ 특별전 전시장 입구의 1980년대 초 수원역 앞 대형 사진.
수원박물관 ‘그해 우리는’ 특별전 전시장 입구의 1980년대 초 수원역 앞 대형 사진.

(사)화성연구회 이사면서 사진작가인 이용창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뭐해? 수원박물관 이동근 팀장이 꼭 자네와 함께 사진전 보러오라고 하던데.”

이용창 형은 내 고등학교 선배다. 수원시청에서 오랫동안 사진을 담당했다. 정년퇴직한지 10몇 년 쯤 된다.

나는 그의 사진을 좋아한다. 이른바 ‘작가’ 흉내를 내지 않는다. 잔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사진에 담아낸다. 오래 들여다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특히 내 기사나 칼럼에도 사용할 수 있어서 더욱 맘에 든다)

그날은 하루 종일 쓸거리가 많아 시간내기가 망설여졌다. 그럼에도 서둘러 집필을 마치고(일부는 미루고) 수원박물관으로 향했다.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먼저 와있다. 화성연구회 회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그 가운데 이용창·한정규·윤의영 이사는 이번 사진전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동근 학예팀장의 능숙한 사회로 개막식이 시작됐다.

이 팀장은 내가 좋아하는 후배 학자다. 연극을 하면서 한국연극협회 경기도지부장을 역임한 부친 이성룡 선생과도 친분이 있다.

이 팀장은 수원지역 3·1운동사와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연구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의기(義妓) 김향화 지사 등의 의거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독립유공자가 되도록 힘썼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재준 수원시장과 김준혁 국회의원, 이재식 시의회 의장을 비롯, 시·도의원, 사진 제공 시민과 가족들이 참석, 이 사진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김준혁 의원은 경수산업도로(1번 국도) 공사 현장에서 놀던 얘기, 1987년 민주화운동 때 수원시내에서 시위대열에 함께 했던 이야기 등을 풀어 놓아 공감을 얻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1980년대 초 수원역 앞 대형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981년 4월 19일 내가 혼인식을 올렸던 예식장, 작은 영화관, 캬바레, 볼링장, 분수대도 보인다. 옛 전철역 계단과 시계탑도 있다. 수원역 만남의 장소는 항상 시계탑이었다. 팔달문의 중앙극장처럼.

1987년 6월 항쟁 당시 수원역 광장에 모인 학생과 시민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수원역 광장에 모인 학생과 시민들.

추억을 일깨우는 많은 사진들 가운데 내 발길을 가장 오랫동안 붙잡았던 것은 한 흑백 사진이었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6월 항쟁) 당시 수원역 광장에 둥그렇게 모인 학생과 시민들을 찍은 장면이다. 나도 그 중의 한명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막바지를 향해가던 그때 국민들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전두환 정권의 간선제 호헌과 고문치사 사건 등으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버티다 못한 전 정권은 손을 들었다. 1987년 6월 29일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겠다며 6.29선언을 발표했다.

내 눈길을 오랫동안 끈 또 한 장면은 1987년 2월의 팔달문 시장이다. 이제 얼마 후면 건물이 철거되고 성벽이 복원된다. 현재 철거예정인 건물은 텅 비어있다.

천천히 둘러보는데 내 또래 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한 사진을 배경으로 서있고 딸로 보이는 이가 휴대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화홍문 앞에 남녀가 포즈를 잡고 있는 사진이었다. 물어보니 사진 속 여성이 본인이라고 했다. 남성은 친동생이란다. 그 사이에 4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사진 제공자 이경선 씨가 40여 년 전 본인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우영)
사진 제공자 이경선 씨가 40여 년 전 본인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우영)

옛 수원 사진전 ‘1980년대 수원, 그해 우리는’ 전시회에서는 1980년대 수원의 정겨운 풍경과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생생한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3월 26일부터 8월 30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 사진전은 ▲그해, 수원 풍경 ▲그해, 수원 사람들 ▲총천연색 수원 사람들의 기록 등 세 가지 소주제로 구성돼 있다.

이동근 팀장은 “변화된 거리와 골목길, 재래시장, 학교 등 일상적인 공간부터 화홍문화제,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등 당시의 굵직한 시대상을 담은 장면들까지 폭넓게 아우른다”면서 특히 “시민들이 직접 앨범 속 사진을 제공하며 기록의 주체로 참여해 완성되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은 시간이 없어 꼼꼼하게 보지 못했다. 언제 날을 잡아 재방문 해야겠다. 내 젊은 날을 회억(回憶)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