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현상변경처리 기준안은 졸속”

건축사 임건교 씨, 주민 재산권 영향 사안 여론수렴 소홀 비판

▲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세계적 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보존 가치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여론수렴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수립한 문화재 현상변경처리기준(안)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K 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임건교 씨는 요즘 수원시 화성사업소에 문지방이 닳도록 찾고 있다.

경기도청 뒤편에 신축 건물 설계를 맡아 진행 중인 임 씨는 수원시가 최근 수립한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3호 수원화성의 현상변경처리기준(안)이 부당하다며 매일 같이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기준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는 탓이다.

현상변경허용기준안은 문화재 인근 지역의 개발·건축 행위에 관한 범위와 기준을 정하는 것으로 문화재별로 건물 높이와 층수, 신축 가능 여부 등을 시민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그는 “시가 기준안을 지형적 특수성이나 높낮이를 고려하지 않고 수원화성과의 거리와 공간 구조만으로 건축 기준 및 고도 제한을 결정지었다”고 주장했다. 현장방문을 통해 수원화성이나 도시경관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기준안이 마련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문화재보호법에서 정한 500m 내에 건물을 건축할 때 앙각(仰角, 올려본각)에 따라 건물의 고도를 달리 적용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형평성 없는 잣대도 문제다. 경기도가 수원화성에서 190여m 떨어진 곳에 도청 제3별관을 신축했을 때 문화재청이 현상변경 허가를 내줬는데도 이보다 낮은 지역에 건립되는 건물에 대해서는 적용을 달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기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론수렴 과정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장안구 연무동 190번지 일대 우만1동, 지동, 인계동, 매교동, 행궁동 등 9개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론수렴 절차를 극도로 간소화했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7월 30일 현상변경처리기준(안)을 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람공고만 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밀실행정’이라는 것이다.

임 씨는 “캐드로 화성 인근 면적 500m 이내 면적을 계산해 보니 501만 2천971㎡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그런데도 공청회 등도 없이 이 문제를 소홀히 다뤘다”고 강조했다. 광교신도시(1천128만㎡)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최근 화성사업소가 이 문제에 대한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일정 구역의 높이 제한을 다시 변경하기로 했어요. 세계적 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보호·보존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죠. 하지만, 누가 봐도 공평하고, 해당 주민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애초 기준안 수립 당시부터 했어야 옳았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