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대한민국 위해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1957년에 태어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나와 동갑이다.
나와는 깊은 면식(面識)이 없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지만 인상적인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이니만큼 스쳐지나가며 악수정도는 두어 번 나누었다.
2년 전 광교호수공원 산책 중 마주쳐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더분한 인상의 부인 정우영 여사와 함께였다. 시민들이 인사를 하면서 사진촬영을 요청하면 흔쾌히 만면에 선한 웃음을 지으며 응해주곤 했다.
또 한 번은 비슷한 시기 인계동 나혜석거리 근처의 식당에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원로 서예가 근당 양택동 선생과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근당선생이나 나나 호주가(好酒家)인지라 좋은 음식을 앞에 놓고 물만 마실 순 없어 고량주를 반주로 한두 잔 하자던 것이 두병 세병으로 늘어가던 때였다.
누가 문틈으로 방안을 살피더니 “아유 죄송합니다. 제 식구들이 아니네요”라며 꾸벅 인사를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였다.
그의 손에는 만두가 담긴 접시가 들려 있었다. 인사를 나눈 뒤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우리 직원들이 함께 왔는데 밥이나 제대로 챙겨먹고 있는가 싶어서 만두라도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얼마 전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탈락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함께 뛰어준 자원봉사자와 응원해 준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여러분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저 김동연, 많이 부족했습니다. 이번 결과를 성찰과 성장의 계기로 삼겠습니다”라며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김 지사는 11세 때 부친을 잃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업했다. 야간대학에 다니면서 25세에 행정고시와 입법고시를 동시 합격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됐다. 아주대 총장도 역임했다.
경기도지사 시절엔 ‘일잘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밤낮없이 일해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했고 성과도 거두었다. 3년 반 만에 투자유치 100조원 이상을 달성했다.
여러 가지 정책 가운데 내가 주목한 대표적 정책은 ‘경기 RE100’이었다. 경기 RE100 정책으로 원전 1기와 맞먹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이 생산되고 있다.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문제로 논란이 벌어졌을 때 김 지사는 ‘신설도로 지중화’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 3월 2일 열린 ‘나답게 사는 세상’ 출판 기념회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책 내용 중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정치는 옳은 판단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사람의 삶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공감’이었다.”라는 성찰도 그 중의 하나다. 이상과는 다른 정치 현장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었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김동연 지사는 꾸준히 기부 활동을 펼쳐왔다.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부터 지역아동센터 등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지금은 약 40곳 가까운 시설에 매달 400만원 규모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학 총장 당시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기부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기도지사 재임 중 31개 시·군 복지시설에 매달 후원을 이어왔다.
물론 이 같은 기부의 이면에는 부인 정우영 여사의 응원이 있었다.
최근엔 더욱 가슴 뭉클한 사연이 전해졌다.
김 지사가 큰 아들의 장례, 장모의 장례, 차남 결혼식까지, 최측근도 모르게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관련기사: 수원일보 15일자, ‘김갑동의 시각(視角)- 울림 큰 김동연의 공공사사(公公私私)’)
김 지사가 국무조정실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장남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최측근에게도 알리지 않고 발인을 마친 당일 사무실로 출근해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2023년 경기도 국감 전날 밤엔 빙모상을 당했다. 빙모상 소식은 국감이 끝나고 나서야 알려졌다.
지난 3월 22일 민주당 예비경선 투표 마지막 날, 작은아들 혼례식이 열렸지만 주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가족끼리 조용히 혼례를 치렀다. 공공사사(公公私私)는 이런 것이다.
김 지사는 경선이 패배로 끝난 후 “우리의 길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동연의 길’ 역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정을 수행하면서, 도정을 이끌면서, 그가 보여준 능력을 묻어두는 것은 손해다.
끝나지 않은 길을 다시 걷게 될 김동연 지사의 앞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