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수원 詩, 수원 詩人'(102)] 김미영 '어름'
어 름
김 미 영
돌이 어깨를 움츠린다.
그 옆의 돌도 어깨를 움츠린다.
따스한 틈으로
민들레 씨앗이 들어앉는다.
김미영 시인의 「어름」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어름’이라는 말은 두 물건의 경계점이나 혹은 그 갈라진 사이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다. 이 시의 흐름으로 보아 이 시의 제목인 어름은 갈라진 돌 틈 사이인 듯싶다.
4행으로 된, 지극히 정제된 형태에 38자밖에 안 되는 지극히 짧은 시이다. 그러함에도 그 어떤 긴 시보다도 당당한 울림을 준다. 우선 ‘돌이 어깨를 움츠린다.’라는 시적 발상이 신선하다. 어깨를 움츠리는 돌의 함축적 의미가 주는 깨달음이 크다.
민들레는 우리네 들녘 어디에서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그 씨앗을 내림이 장소를 거의 가리지 않는다고 보아도 좋다. 마당 한가운데에도 피고 담장 아래 갈라진 틈에서도 노란 고개를 내밀고 심지어는 도심의 보도블럭 어름에서도 꽃을 피운다. 그 민들레의 씨앗이 돌들이 어깨를 움츠려 비워준 틈새에 내렸다.
돌들이 어깨를 움츠려 틈을 만들다니.
언제 기대어도 든든한 받침이 어깨일 수도 있다. 또 어깨동무라는 말로 나타나듯 그 격에 차이가 없는 친근함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긍지 혹은 어떤 지위를 함축하는 말로도 종종 사용된다. 웬만해서 내어줄 수 없는 그 무형의 가치를 돌들은 기꺼이 내어준다. 그렇게 비워준 틈은 따스하기 그지없다.
민들레의 강인한 생명력이 그 어떤 혹독한 환경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인 줄만 알았다, 아, 아니었다. 돌이 그리고 그 옆의 돌이 어깨를 움츠려 내어준 어름이었다. 그동안 없는 어깨도 꼿꼿하게 세우려만 했던 날들이 부끄럽다.
민들레가 한창 피어날 때이다. 오늘 저녁 집으로 들어가는 길 어디쯤에서 만나게 될 그 꽃 앞에 선다면, 그 작은 꽃을 위하여 어름을 비워준 담장 앞에 허리를 숙이고 내 어깨를 한없이 낮추어야 한다.
김 미 영 시인
《아동문예》 신인상 동시부문 당선
동시집 『잠자리와 헬리콥터』 외 다수
경기시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