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351)]계절별미 '총알 오징어'
오징어의 옛 별칭은 오적어(烏賊魚)다.
까마귀를 훔치는 도적이라해서 붙여졌다.
자산어보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매일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죽은 생선으로 알고 내려와 쪼면 곧 그 까마귀를 감아 물속에 들어가 먹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오징어의 영리함이 느껴진다.
오징어의 가장 큰 무기는 뭐니뭐니 해도 빨판이 붙은 다리와 먹물이다.
특히 양쪽 긴 다리는 팔에 가깝다.
먹이를 잡을 때와 교미할 때 주로 사용한다.
'비장의 무기 먹물'은 과거 선조들이 자주 이용했다.
선비들이 그 먹물을 모아 ‘먹’ 대신 사용하기도 해서다.
하지만 먹물은 오래 되면 흔적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기록용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반면 조선시대부터 일제 때까지 탐관오리들은 장부를 조작할 때 이 점을 자주 악용했다.
시간이 흐르면 장부에 먹물로 쓴 숫자나 글씨가 감쪽같이 사라져 속여먹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근거를 없애면서 사람을 간사하게 속인다는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도 여기서 나왔다.
이런 오징어는 예부터 서민 밥상의 대표 반찬 노릇을 했다.
전국적으로 계절별 별식으로도 즐겼다. 볶음 국 숙회 젓갈 피대기 오징어순대까지.
다리, 몸통, 껍질, 먹물까지 버릴 곳 없이 부위별로 나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마른오징어를 꽃처럼 예쁘게 오려 만든 '어화'(魚花)는 혼례상과 제사상에 올랐다.
요즘 같은 초여름엔 계절 별미 '총알오징어' 통찜이 미식가의 입맛을 돋운다.
그런데다 일찌기 영양학적으로 우수함이 인정돼 '오징어 사랑'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빈혈, 골다공증 개선, 피부 윤택 기력 회복, 소화기 강화 등에 탁월하다.
'동의보감'에도 '위와 혈을 보호하고 원기를 보충한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현대 의학적으로도 증명됐다.
오징어는 100g당 약 87kcal라는 낮은 열량에, 단백질이 18%나 들어 있다.
소고기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피로물질(젖산) 분해, 간 기능 개선, 콜레스테롤 조절에 핵심인 '타우린'은 어패류중 최고다.
먹물도 항암·항균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이처럼 오징어는 많은 사람의 보양과 건강, 식문화와 직접 맞닿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금징어’로 불릴 만큼 귀한 몸이 됐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조업 감소가 겹치면서 가격은 꾸준히 올라서다.
우리 연안 어획량 감소로 물량도 귀해졌다.
실제 지난 5월 오징어 어획량은 11톤으로 지난해 동월 77톤 대비 85% 줄었다.
평년과 비교하면 93% 감소했다.
바다 수온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중동발 유가상승도 악재다.
어획량이 호전돼 어서 빨리 서민 '웰빙 식탁의 주역'으로 귀환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