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수원 詩, 수원 詩人'(107)] 고은영 '시선'
시 선
고 은 영
요즘 아이들은
메주를 벽돌이라고 한다
그 벽돌 어디에 쓰이냐고 물었더니
계단이나 집 짓는 곳에 쓰인다고 한다
기발한 대답이다 틀렸다고 말하면
물은 쪽이 바보 된다
어릴 때는 그랬다
지금도 가끔 그랬으면 좋겠다
番手作雲覆手雨
紛紛世事何須數
君不見管鮑貧時交
此道今人棄如土
당의 시성이라 일컬어지는 두보(杜甫)의 貧交行(빈교행)이라는 시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다.
손을 뒤집어 구름을 만들고 다시 엎어서 비를 만드나니
세상의 분분한 일을 어찌 반드시 헤아리겠는가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의 가난한 시절의 사귐을
이러한 도리를 요즘 사람들은 흙 버리듯 하는구나
끝 행이 재미있다. 흔히 하는 말로 다시 바꾸자면 ‘요즘 젊은 것들은 친구 간에 의리가 너무 없어.’ 정도가 된다. 거의 천삼백여 년 전에 중국에 살던 두보가 하였던 탄식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성세대가 그렇지 않은 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그런데 이 시의 시적 화자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메주를 벽돌이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그 벽돌 어디에 쓰이냐고 물었더니/계단이나 집 짓는 곳에 쓰인다고 한다’며 그 대답을 들은 시인은 그 기발함에 감탄하고 어른인 자신의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작가는 그 책을 ‘어른을 위해 책을 썼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빈다’고 했다.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상상력을 잃어버린다. 그러한 어른들을 이해해 달라는 역설적인 부탁을 통해 동심을 상실한 어른들의 자성을 요구한다.
메주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게 어린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어릴 때는 그랬다./지금도 가끔 그랬으면 좋겠다’며 시상을 접는다. 고은영 시인은 그런 시인이다. 시인의 나이는 잘 모른다. 그래도 나보다는 연배이심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만날 때마다 해맑게 웃으신다. 그 해맑은 시인이 우리의 각박한 삶에 그래도 조금은 틈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만남이 고마울 뿐이다.
고은영 시인
『문예비전』으로 등단
경기시인상 수상
시집 『학여울 가는 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