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주는 풍요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 찾아왔다. 여름철에는 해수욕, 바다낚시 등 다양한 해양 활동을 즐길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서 조개, 낙지, 게 등 어패류를 채취하는 ‘해루질’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다 체험 활동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별한 장비 없이 호미와 랜턴, 채집망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신선한 해산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해루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맘때면 서해안의 넓은 갯벌은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려는 이들로 활기를 띠며, 특히 인천 영흥도, 안산 대부도, 화성 백미리 등 서해안 전역의 어촌체험마을은 갯벌 체험을 즐기기 위하여 들어선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이처럼 우리에게 아낌없는 즐거움을 주는 바다는 한순간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의 공간으로 변하기도 하며, 해루질은 주로 밤이나 새벽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매우 취약하다. 갯벌에서 마주할 수 있는 위험한 복병 중 하나는 바로 ‘바다 안개’와 ‘밀물’이다. 해루질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기 십상인데, 갯벌에 순식간에 짙은 안개가 가득 차면 사방을 분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육지가 어느 방향인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사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밀물이 차오르면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결국 고립이나 익수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인천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 인근 갯벌에서 해무로 고립된 50대 여성을 인근 산악구조대원 2인이 출동하여 구조해 육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짙은 해무로 방향을 상실해 해상에서 표류하다 해경 연안구조정에 발견돼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갯벌 사고는 해마다 이어지고 있는데,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26건의 갯벌 사고가 발생하였고 안타깝게도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갯벌 곳곳에 길게 파인 골짜기인 ‘갯골’은 급격한 수심 변화와 강한 유속이 있어 위험한데 여기에 안개가 끼면 가시거리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치명적인 함정이 된다.
갯벌에서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대비’다. 이에 수도권기상청은 지난 2023년부터 국민의 안전한 해양 활동을 지원하고자 ‘갯벌 안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갯벌 안개 정보는 인천·경기 연안에 가시거리 200m 내외의 안개가 예상될 경우 제공되며, 안개 전망, 조석 정보, 유의 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서비스는 해루질객이 많이 찾는 주요 갯벌 지역의 안개 발생 가능성과 가시거리, 조석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여, 짙은 안개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고립이나 실종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수도권기상청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하여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어, 해루질 전에 반드시 확인하여야 할 필수 안전 가이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해루질 전에는 이처럼 갯벌 안개 정보와 더불어 물때(간조·만조 시간)를 반드시 확인하고, 야간이나 안개 발생 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나침반 앱과 호루라기를 준비하여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절대 혼자서 갯벌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2인 이상이 동행하여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여야 한다. 밀물의 속도는 성인의 걸음걸이보다 2~3배 빠르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밀물에 고립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다가 허락하는 안전한 범위 안에서 머무를 때, 비로소 자연은 우리에게 온전한 풍요로움을 허락한다. 사전에 안개 정보 등을 확인하는 작은 습관과 경각심, 만약의 상황을 고려한 철저한 대비가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열쇠가 될 것이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정보가 해루질을 즐기러 갯벌을 찾은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등대가 되기를 바라며, 기상청은 앞으로도 해양 사고를 예방하고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는 기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