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354)] 탈모 단상(脫毛斷想)

정준성 주필

"대머리가 무슨 죕니까?"

5공화국 시절, 대통령과 머리 모양이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출연이 금지됐던 한 탤런트의 푸념이다.

이렇듯 탈모는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고통은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고민도 크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통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짚어봐도 마찬가지다.

탈모 사례는 기원전 12세기에도 나온다.

이집트 파라오 메르넵타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두발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머리카락이 빠진 만큼 권력이 사라진다고 믿고 발모제를 발랐다.

프랑스 루이 13세는 화려한 가발로 탈모를 숨겼다.

당시 40명이 넘는 가발 기술자를 고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감추고 싶은 탈모, 치료의 역사는 기원전 1550년 무렵까지 유구하다.

고대 이집트의 의학 문서인 에베르스 파피루스에는 탈모증 치료방법도 명시돼 있다.

탈모 치료를 위해선 하마, 악어, 수고양이 등의 지방을 섞어 머리에 바르라는 처방이 나온다. 

또 호저의 가시를 불에 그을려 지금의 흑채처럼 머리에 뿌리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볼때 인류는 적어도 35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탈모라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도전해온 셈이다.

그렇다면 탈모로 고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공식 조사는 없지만 대략 인구의 20%정도로 추산한다.

이를 감안 계산해 볼때 약 1 천만명이 탈모로 고민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다. 지구촌 각국의 탈모율은 더 심각하다. 

일본 모발 관련 기업 아데랑스의 조사결과를 보면 특히 유럽이 그렇다.

세계 21개국 주요 도시의 탈모 비율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체코 프라하(42.8%), 스페인 마드리드(42.6%), 독일 프랑크푸르트(41.2%) 등의 순이다.

가장 낮은 곳은 중국 상하이(19.0%)에 이어 한국 서울(22.4%) 등의 순이었다.

 반면 적극 치료 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연간 증가율은 가파르지만 전체 탈모 고민자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모증 진료 환자는 2001년 10만3000명에서 2020년 23만3000명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이후 급격히 증가, 2021년 약 80만명에서 2025년 131만명을 넘어섰다.

덕분에 국내 탈모 관련 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25년 기준 연간 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탈모의 원인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다.

그중 유전적 요인과  환경 및 스트레스가 주범이라는게 통설이다. 

아울러 하루 50~70개 빠지면 정상, 100개를 넘으면 탈모로 본다.

물론 나이 들면서 머리숱이 적어지는 경우도 많다.

혈액순환이 나빠져 두발의 생장주기에 변화가 생기는 탓으로 자연스러운 일로 치부 한다.

탈모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우선 20~34세 청년층이 대상이다. 

그러자 사회적 담론이 갈리고 있다.

'쳥년민심을 겨냥한 인기영합 모(毛)포퓰리즘'이라는 지적과 '청년세대 생존의 문제 해결'이라는 주장이 충돌중이다.  

건강보험의 근간인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더불어 고가 항암제, 희소질환 치료약 등 의보적용을 못받아 고통받는 환자들도 소환되고 있다.

탈모치료제 건보적용, 건강보험이 투입돼야 할 곳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