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355)] '에어컨 보급률'

정준성 주필

우리나라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무려 98%에 달한다. 

거의 모든 집에 에어컨이 있는 셈이다. 

여름만 되면 집집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사는 게 당연한 일상이다. 

하지만 유럽은 다르다. 특히 프랑스는 가구당 보급률이 약 24%다. 

영국은 더해서 겨우 10%대가 수두룩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는 날씨 덕분이었다. 

유럽의 여름은 건조하기 때문에 햇빛만 피하면 그늘에선 시원하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영국과 독일은 그동안 냉방이 사실상 필요하지 않았다. 

영국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여름철 기온이 비교적 온화했다. 

독일 역시 냉방보다는 난방과 단열 중심의 주거 문화가 발달해와 그렇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유럽의 여름을 완전히 '불지옥'처럼 바꿔놓고 있다.

불과 10년만이다. 이전만 해도 유럽의 여름은 견딜만 했고 여행하기도 좋았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거대 오븐'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으로 바뀌었다. 

특히 올해는 섭씨 40도가 넘는 역대급 폭염으로 한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1300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스에서만 1350곳이 넘는 학교가 문을 닫거나 단축 수업을 하고 있다. 

야외 축제나 스포츠 경기도 전면 금지됐다.  

이런 조치조차 할 수 없는 병원, 장례식장, 영안시설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온열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며 수용 한계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반 에어컨 기조가 뚜렷한 나라중 하나다.

프랑스인의 78%는 에어컨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또 국민 6명 가운데 1명은 지구 환경을 위해서라면 무더위를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힐 정도다. 

에어컨 보급율 약 24%라는 냉방시설 미비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에어컨 없는 여름'의 한계 극복 기류가 뚜렷하다.

지난해와 비교, 선풍기 판매는 332%, 에어컨 판매는 237% 증가했다. 

또  냉방기기 품귀 현상으로 에어컨 선풍기 구매 ‘오픈런’이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어서다. 

그러자  에어컨 가동을 놓고 "필수인지, 사치인지" 좌우진영 정치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역대급 더위와 환경,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역시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