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문공부? 더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요”

유선종 / 한학자

 

21년 째 한문공부를 해오고 있다. 후반기 인생을 더욱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다.

공부라는 것이 끝이 없어서 죽어야 그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공부해 온 것을 정리하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 첫째가 성독(聲讀)이다. 특히 아이들이 낭랑하게 글을 읽는 소리는 그야말로 생명의 소리이다.

두 번째는 한시 문화를 유지하여 시를 짓고, 낭송하며 그 풍류를 대 자연 속에서 즐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서로 아호를 불러주는 것이다. 나이 먹어서 이름을 막 불러대기가 미안스러워질 때쯤 소박한 별호를 하나 만들어 서로 불러준다면 그 또한 훌륭한 전통문화가 될 테다. 그 별호가 바로 아호(阿好)이며 작호 과정이 훌륭한 한문문화이다.

앞으로 이 세 가지와 관련 된 글을 자유스럽게 수필형식으로 써가며 정월(晶月: 나혜석의 아호)과의 관련성을 축적하여 나다운 작품을 남기고자 한다.

우선 자작 한시 한 수를 소개한다.

 

<華虹門上 玩風月(화홍문상 완풍월)>

 

華虹門上 手摩楹 (화홍문상 수마영)

展望倚樓 嗟歎聲 (전망의루 차탄성)

 

吟詠觀風 情趣雅 (음영관풍 정취아)

唱歌賞月 感懷淸 (창가상월 감회청)

 

蒼天空豁 斗牛遠 (창천공활 두우원)

紫宙渺茫 銀漢明 (자주묘망 은한명)

 

北壁長流 連鍊武 (북벽장류 연연무)

五更曖暗 隕星橫 (오경애암 운성횡)

 

화홍문 누각에 반질반질한

손때 묻은 그 기둥에 기대어 탄사만 연발하고

물길 풍광을 즐기며, 노래하는 정취가 우아한데

달마저 밝으니 정신이 다 맑아진다.

 

푸른 하늘 넓고 넓어 두우성은 멀기도 멀고

우주를 건너 흐르는 은하수는 밝기만 하다.

북쪽 성벽은 빙 둘러 연무대로 이어지는데

한 줄기 별똥별이 여명을 재촉한다.

 

한 동안 경전 공부한다고 뒷전으로 밀어두었다가 코로나 사태이후 본격적으로 은사님의 첨삭을 받으며 한시 공부에 집중한지 3, 4년 된다.

이제 겨우 정형시의 깊고 맑은 정취를 찾아 가는 듯한데 은사님의 건강문제로 더 이상의 첨삭은 기대 할 수 없다. 오로지 나의 혜안으로 살펴나가야 한다. 이 시가 은사님이 마지막으로 첨삭해주신 시이다.

시가 사람의 정서를 가다듬어 준다는 것은 새삼 말 할 필요도 없다.

공자께서 당신의 아들에게 “너는 시를 공부하느냐, 사람이 시를 모르면 말을 할 수 없다”하고 다른 날에는 “사람이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마치 벽을 마주한 것처럼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고 했다.

한시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시 읽는 즐거움을 찾아 주어야 한다.

우리의 학문도 ‘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지지자 불여 호지자, 호지자 불여 낙지자: 아는 것 보다 좋아하는 것이 낫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낫다)라고 하였다.

그 실천 방안은 누가 뭐래도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부지런히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자작시를 스스로 평해 본다.

화홍문은 화성의 물길 통로인 수문이다. 화성의 명승 중 명승이다. 그 만큼 잘 알려진 곳이다.

그 익숙함으로 첫 구는 손때 묻은 누각 기둥을 클로즈업하였다.

은사님은 손때를 수흔(手痕:손에 의한 상처)로 썼더니 수마(手摩:손으로 문지르다)로 고쳐주셨다.

제2구는 누각 기둥에 기대어 길게 탄성을 지르는 자신을 등장시켜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킨다.

함련(頷聯: 한시 율시(律詩)에서 3구와 4구를 가리키는 용어)은 음영과 창가, 관풍과 상월, 정취아와 감회청으로 대구를 멋지게 이루었다. 우아하고 맑은 것이 바람인가, 달인가, 내 마음인가, 아니면 시인가?

경련(頸聯: 다섯째 구와 여섯째 구를 함께 부르는 말)은 오랜만에 절창(絶唱)을 한 구절 찾은 것 같아 흐뭇하다. 화홍문이 수원 사람들에게는 그런 곳이다. 과거에서 미래로, 현실에서 우주 끝까지. 마치 두우성이 서로를 비추고 있듯이...

미련(尾聯: 작품의 마지막 구로서 결론을 맺는 부분)은 다시 연무대로 이어지는 북벽을 바라보는데 한 줄기 별똥별이 여명 속으로 흩어진다.

손때 묻은 화홍문 누각 기둥에 기대서서 눈길 가는 데로 생각이 따라 가 우주를 빙 돌아서 삼경을 지나 오경, 여명 속으로 사라지는 운성을 보고야 만다.

별똥별, 희망, 그리고 자유.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 내 마음대로 해도 눈살 찌푸리는 이 없는 참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