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린이 제품 리콜 … 정부는 "유해", 쿠팡은 "환불 신청 불가"

"장애 유발 가능" 정부 명령에도 쿠팡선 교환·환불 기능 닫혀결제할 땐 쿠팡에서, 환불할 땐 "소비자가 알아서"전자상거래법은 대금 환급 의무에 '연대 책임' 명시
쿠팡의 리콜제품 교환, 환불 신청 불가 안내문
쿠팡의 리콜제품 교환, 환불 신청 불가 안내

정부가 쿠팡에서 판매된 어린이용 제품에서 안전기준의 11배가 넘는 납이 검출되자 ‘수거·교환 등 명령’을 내렸지만, 정작 쿠팡에서는 해당 제품의 교환·환불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쿠팡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23일 아동용 레인부츠를 비롯한 총 53개의 제품을 리콜 대상에 포함하고 수거 등의 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 중 아동용 레인부츠에서 검출된 총 납은 1천33㎎/㎏으로 기준치인 90㎎/㎏ 이하보다 11.4배 많았다. 제품안전정보센터는 납에 노출될 경우 피부염·각막염·중추신경장애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했다.

제품안전정보센터는 해당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에게 즉시 사용을 중지하고 업체에 연락·방문해 수리·교환·환불 등의 조치를 받도록 했다.

제품안전정보센터 내 리콜 대상 제품에 대한 위해 정도와 대처 방법 안내
제품안전정보센터 내 리콜 대상 제품에 대한 위해 정도와 대처 방법 안내

쿠팡도 해당 제품 구매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리콜 사실을 알렸다. 이메일에는 상품명과 업체명뿐 아니라 구매자의 주문번호와 주문일자까지 특정됐으며 납 노출에 따른 위해 가능성도 담겼다.

문제는 이후 수거·환불 과정에서 발생했다.

구매자가 쿠팡 주문내역에서 해당 제품을 반품하려 했지만 구매 후 30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다. 쿠팡은 구매자가 직접 판매업체에 문의해 상품 회수와 환불에 대한 안내를 받도록 했다.

쿠팡은 이메일에서 “현재 보유 중인 상품을 확인하신 결과 회수대상에 해당한다면 즉시 섭취 또는 사용을 중단하여 주시고,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업체에 문의하시어 상품의 회수/환불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받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리콜 제품 환불 과정에서 쿠팡이 아닌 업체가 계좌번호 등을 수집하는 문자메시지
리콜 제품 환불 과정에서 쿠팡이 아닌 업체가 계좌번호 등을 수집하는 문자메시지

구매자가 판매업체에 연락하자 업체는 쿠팡 주문내역을 캡처해 제출하도록 했다. 제품을 회수할 주소와 연락처, 수령자명뿐 아니라 환불받을 은행과 계좌번호도 별도로 요구했다.

쿠팡에서 이뤄진 기존 결제를 취소하는 대신 판매업체가 구매자의 계좌로 직접 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환불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구매자는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이나 보유기간 등에 대한 별도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는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요건을 정하면서 동의를 받는 경우 수집 목적과 항목, 보유·이용 기간 등을 정보주체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매자는 쿠팡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한 데 이어 쿠팡으로부터 자신의 주문번호까지 특정된 리콜 안내를 받았지만, 정작 제품을 돌려주고 돈을 돌려받는 단계에서는 쿠팡 시스템 밖에서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했다.

구매자는 “환불을 받으려면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어 계좌번호 등을 전달하겠지만, 해당 정보가 이후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며 “쿠팡에서 구매하고 결제한 상품인데 정부가 리콜 명령까지 내린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알아서 판매업체와 별도의 환불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위해제품에 대한 정부의 리콜 조치와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가 행사할 수 있는 청약철회 및 환급 절차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해당 제품에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수거 등의 명령’이 내려졌다. 제품안전정보센터는 해당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에게 즉시 사용을 중지하고 업체에 연락·방문해 수리·교환·환불 등의 조치를 받도록 안내했다.

온라인 거래에서의 소비자 권리는 전자상거래법에 별도로 규정돼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3항은 재화의 내용이 표시·광고와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 재화를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이면서,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제품은 구매자가 공급받은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았고, 쿠팡으로부터 리콜 사실을 통지받아 안전기준 부적합 사실을 안 지 30일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쿠팡에서는 구매 후 30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교환·환불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다. 전자상거래법이 제품 공급일부터 3개월과 문제를 안 날부터 30일이라는 기준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쿠팡의 교환·반품 신청 경로는 닫혀 있었던 것이다.

청약철회에 따른 환급 절차 역시 법에 규정돼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2항은 청약철회에 따른 대금 환급 의무를 규정하면서 통신판매업자의 범위에 ‘소비자로부터 재화 등의 대금을 받은 자 또는 소비자와 통신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자’를 포함하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소비자가 신용카드 등 법에서 정한 결제수단으로 대금을 지급한 경우 통신판매업자가 결제업자에게 대금 청구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11항은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대금을 받은 자 또는 소비자와 통신판매계약을 체결한 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 제18조에 따른 의무 이행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리콜 제품의 환불은 쿠팡에서 이뤄진 기존 결제를 취소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쿠팡은 구매자에게 판매업체로 직접 연락하도록 안내했고, 판매업체는 구매자의 계좌번호를 별도로 받아 직접 대금을 송금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정부의 리콜 명령에 따른 판매업체의 수거·교환 등 조치와 별개로, 온라인 거래의 경우 전자상거래법이 정한 청약철회와 환급 절차가 존재함에도 쿠팡은 리콜 제품 구매자와 주문번호까지 특정해 직접 통지하면서도 쿠팡 시스템을 통한 교환·반품 및 기존 결제수단을 통한 환급 경로는 차단해놓은 셈이다.

쿠팡 측은 리콜에 따른 수거와 환불은 업체가 진행한다는 기존 설명 외에 관련 법률 적용과 쿠팡의 책임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식 답변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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