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판례’ 과태료 심사하는 국회 … 박상용 고발장엔 엉뚱한 판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재판에서 허위 판례나 법령을 인용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심사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박상용 검사를 고발하면서 사건과 관계없는 판례를 근거로 제시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은 지난달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존재하지 않는 법령이나 법원의 판결·결정,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하거나 그 주요 내용을 허위로 인용하면 법원이 결정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의원은 허위 물적 증거를 만들어 재판에 제출하는 행위는 증거인멸죄와 무고죄, 사기죄, 문서위조 관련 범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허위 법령이나 판례를 인용해 법률상 주장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 방안이 불명확하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다만 개정안은 재판 중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령·판례 등을 허위로 인용한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국회가 경찰이나 검찰에 제출하는 고발장은 수사를 개시하기 위한 문서지만 재판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내는 서류가 아니어서 개정안이 통과돼도 직접적인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박 검사를 고발하면서 ‘2009도10645 판결’을 인용했다.
고발장에는 이 판례가 “형사소송법 제148조 등에서 정한 증언거부권은 증인이 이미 선서를 마친 후 개별적인 질문에 대하여 행사하는 것이지, 선서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2009도10645 판결’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으로 알려졌다. 고발장이 따옴표로 제시한 판시 내용도 해당 판결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제148조와 제149조에서 증언거부권을 규정하면서 제156조에서 증인이 신문 전에 선서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국회증언감정법 제3조는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 사유가 있는 경우 증인이 “선서·증언 또는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별도로 규정한다.
국회 증언과 관련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형사재판에 출석한 일반 증인의 증언거부 법리를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자신의 SNS에 “2009도10645 판결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이라며 “판례번호만 잘못 쓴 것인가 싶어 같은 요지의 판례를 찾아봤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공 검사는 “국회증언감정법 제3조에서 선서 거부와 증언 거부를 다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증언거부권은 선서를 마친 후 개별 질문에 대해 행사하는 것이지 선서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며 “국회 고발 담당자가 박 검사의 선서 거부가 왜 죄가 되는지를 설명할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되자 AI에게 고발장 작성을 전적으로 위임했고, AI는 할루시네이션으로 화답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검사도 자신의 SNS에 "AI로 돌렸는지는 모르겠으나 국회의 고발장은 공문서이기 때문에 이는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부실"이라고 주장했다.
박 검사는 지난 4월 3일과 14일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선서를 거부했다. 국조특위는 박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를 거부했다며 국회증언감정법 제12조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퇴장 지시를 따르지 않고 회의장 안팎에서 소란을 일으켰다며 같은 법 제13조의 국회모욕 혐의도 적용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박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선서 거부 경위 등을 조사한다.
다만 고발장 작성에 실제로 AI가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I 입력·출력 기록이나 문서 작성 이력 등 관련 자료도 공개되지 않았다.
국회 내부 사정을 파악 중인 관계자는 고발장에 해당 판례가 인용된 경위와 작성 과정에서 AI가 활용됐는지 등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