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덕 할아버지
"고아로 태어나 구두닦이, 거지, 노숙자로 70평생을 살았습니다. 27년 전 잃어버린 외동딸을 보고 눈 감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우리 은주도 고아로 자라게 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70평생 기초생활 수급자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굴곡진 삶을 살아온 김창덕(72·화성시 남양동 거주) 할아버지.

27년 전 대전 원동초교 2학년생일 때 읽어버린 외동딸 은주(37) 씨를 위해 삶의 질긴 끈을 놓지 못하고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에게 앞으로 남은 인생과 딸을 찾을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을 안겨 준 곳은 화성시 이웃사랑모금운동본부(본부장 안상교)의 천사친구.

김 할아버지의 사연이 지난 9월 화성시 새마을지회 소속의 김진성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천사친구에 후원을 요청하면서부터 알려지게 됐다.

천사친구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세월의 풍랑과 비관 속에서 살아온 김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한 달간의 실태조사와 심의를 거쳐 구둣방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김 할아버지 희망의 보급자리는 지난 9일 화성시 남양동 소재 버스정류장에 3㎡가 채 안 되는 김 할아버지의 조립식 구둣방은 전기시설과 내부시설을 갖추고 17일 정식으로 개업한다.

한편, 김 할아버지는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랐다. 온갖 구타와 배고픔에 시달림을 견디지 못해 14세 때 가출했다. 우연히 외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대전역에서 구두닦이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김 할아버지는 결혼하고 어엿한 가정을 꾸려 딸(은주)까지 얻었지만, 행복도 잠시뿐, 부인이 가출하면서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가정은 산산이 부서졌다.

"어느 날 막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 혼자 둔 당시 원동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이 온데간데없이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고 지금도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후 김 할아버지는 평생을 힘겨운 삶을 살면서도 오로지 헤어진 딸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수소문했지만 그리운 딸을 어디서도 만날 수는 없었다.

평생을 번듯한 직장 한번 갖지 못한 채 이곳저곳 전국을 떠돌며 막노동을 생활하던 김 할아버지는 몇 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양쪽 다리에 장애를 입고 거동마저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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