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 반액세일에도 "입질조차 없다"

대출문 걸어 잠근 금융권, 경매시장에 악영향… 불황 장기화 예상

금융위기와 부동산 침체가 겹치면서 경매시장에 감정가의 절반을 웃도는 '반액세일' 물건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대출문을 걸어 잠가 반액에도 입찰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 등으로 경매시장에도 응찰자가 줄어들면서 권리 분석 상의 하자나 낙찰금액 이외에 인수해야 할 추가 부담이 없는 소위 멀쩡한 아파트가 감정가의 반 가격에 입찰 일을 기다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행원마을 동아솔레시티 211㎡는 최저가 5억1천200만원에 30일 수원법원에서 경매 부쳐진다. 이 아파트의 본래 감정가는 10억원으로 7월부터 8월, 9월 경매됐으나 한 장의 입찰표도 제출되지 않아 절반 가격으로 최저가를 낮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 수지구 죽전동 성현마을 반도바라빌 241㎡ 아파트(17억원)도 3번 유찰 끝에 감정가의 51%(8억7천40만원) 수준에 오는 30일 입찰한다.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월드메르디앙(9억5천만원)도 3번 유찰 때 4억8천640만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 8일 감정가 대비 67.9%(6억4천5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금호베스트빌 161㎡(49평형)의 감정평가액은 8억 원. 이 아파트는 현재 소유자가 살고 있어 명도(기존 점유자를 내보내는 집 비우기 과정)가 비교적 쉽고, 낙찰되면 등기상의 모든 권리가 말소되기 때문에 거리낄 것이 없는 깨끗한 아파트임에도 3회차 경매까지 응찰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 추세다.

법원 경매 물건은 한번 유찰되면 20%씩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유찰이 거듭하면 최저가는 감정가의 100%에서 80%, 64%, 51% 순으로 계속 낮아져 3번 유찰되면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법원에 따라 30%씩 감소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상당수의 법원이 20% 저감률을 적용한다.

이런 경매 유찰 현상은 경락잔금대출을 받기가 전에 비해 수월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락잔금대출은 제2금융권이 많이 취급하지만 최근 제2금융권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대출을 아예 거부하거나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높이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따라서 응찰을 계획했던 사람들이 자금동원의 어려움 때문에 입찰을 포기하는 예도 늘었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 추세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아파트는 웬만해서 권리상 하자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2번 이상 유찰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멀쩡한 아파트가 3번씩 유찰된다는 것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심리적 요인과 대출의 어려움, 고금리와 같은 현실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