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에서 걸어나오는 남녀의 발길은 원을 그리며 다가섰다 다시 멀어진다. 생명의 기운이 넘쳐 흐르듯 음과 양은 혼돈의 시공 속에서 천지가 개벽함을 알린다.
어둠이 빛을 낳고 태동된 생명은 다시 사랑으로 승화된다.
경기도립무용단이 오는 28일부터 공연에 들어가는 민족무술 태권도를 모티브로 그려낸 '태권무무(跆券武舞)-달하'(The moon)는 무술과 춤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하나의 장르 안에서 조화로운 무대를 펼쳐낼 수 있음을 확인하는 소중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빛과 어둠, 태권도의 강렬함과 무용의 선이 아스라이 담기는 도립무용단 조흥동 총감독의 안무는 신이 빛을 창조하고 어둠 속에서 삶이 배태되듯 뜨거우면서도 따스한 사람의 시선을 잃지 않는다.
태권무무란 '태권 무공을 찬미하는 무용예술'이라는 뜻이다.
태동과 발전이란 강한 주제 의식은 80분간 무대를 장식할 도립무용단, 객원 무용수 등 80여 명의 등장인물에 의해서 무술이 가진 힘과 무용만이 가진 부드러운 선의 미학이 하나이면서 또한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조흥동 예술감독은 "춤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는 것이 무공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면서 "무가 가진 절도 있는 동작들을 무대에 어떻게 펼쳐낼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소회했다.
이 때문인지 동양의 윤회사상, 태권도의 정과 동의 조화, 고구려 벽화 속의 신화적 상징물 등 전통적인 캐릭터들이 담고 있는 한국적 정서는 슬라이드를 넘기듯 흥미진진하며 박진감 넘치게 살아난다.
11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1시간 남짓한 장면. 이 자리에서 우리 정서들이 무용수의 동작 하나하나에 숨결처럼 자리하고 숨 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권무무 달하는 태초 이전의 무의 세계, 두 남녀의 탄생 및 천·지·수·화 신들의 탄생, 남녀간의 사랑, 이들을 갈라놓는 비정한 약육강식의 세계, 선과 악의 대결 등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무한히 연장되는 힘을 발휘한다.
특히 신들의 탄생 이전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2분30초간 진행되는 경이로운 영상장면, 사신도에서 살아난 듯한 주작, 청룡, 백호, 현무, 황·수룡 등 영물들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안무는 극찬을 받아도 될 듯하다.
또 무용수들이 펼쳐내는 두꺼비, 공작, 나비, 구렁이, 독수리 등 동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전달력은 격정적인 장면의 흐름 속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속에서 펼쳐지는 선무도, 태껸, 태권도 등의 관통하는 무의 역사는 무술과 무용이 하나 되고 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음을 지칭하듯 조흥동 감독의 선을 따라나설 수 있는 즐거운 여행 스케줄이 될 듯하다.
한국 전통 무용의 선구자, 남성 무용계의 정신적인 뿌리로 지칭되는 조 감독은 고난도의 무예와 어우러지는 남녀무용수들의 춤사위에 철학적인 긴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게 안무했다.
이와 함께 공연음악계에서 널리 실력을 인정받은 강상구 감독이 잘 조화된 선율로 격렬할 무예 동작과 어울리는 서정적인 소리를 만들어 냈다는 평도 들린다.
1, 2부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세계적인 공연 예술'의 하나로 '태권도만큼이나' 사랑받고 싶은 포부가 숨어 있다.
무엇보다 태권도라는 대중적인 모티브가 남녀노소 일반인 관람객에게 큰 어필을 할 것으로 보여 기대를 더한다. 만 7세 이상이면 관람이 가능하며 좌석은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학생색 1만 원 등이다. 문의:031-230~34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