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숲’ 한국적인 애증 잘 그려낼까

경기도립극단 정기공연 '오스트로프스키의 숲' 12월 11일 초연

▲ 오는 11일 공연하는 '오스트로프스키의 숲'에 출연하는 경기도립극단 단원들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문화의전당>

좁은 연극무대에서 치밀한 심리 묘사는 극의 집중도를 높이고 또 작품성에 대한 극한의 평가에 다다르게 한다.

묘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치열한 심리 묘사는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보다 툭 불거지는 대사 속에 녹아들고 억양화 된 마음속에서 일어난 산란까지 전달돼야 연극의 재미를 한결 더 풍겨낸다.

오는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경기도립극단 제56회 정기공연-오스트로프스키의 숲'은 다층화된 심리묘사와 함께 연극 소품들이 극의 중심인 배우들과 함께 어떤 파괴력을 지니게 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무대가 될 듯하다.

삶의 터전과 같은 거대한 숲. 이곳에서 벌어지는 사랑, 결혼, 사기 등 인간군상들이 펼쳐낼 수 있는 무수한 얘기가 이 속에서 벌어진다.

구르뮈쉬스까야(김미옥 분)는 선행을 베풀 줄 아는 거대한 숲을 경영하는 지주 미망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청년 불라노프(심완준 분)를 가난한 친척인 아끄슈샤(우정원 분)와 맺어주려 두둑한 지참금을 내놓는다.

이들의 결혼과 아끄슈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뾰뜨르(윤재웅 분)의 등장, 그리고 실제 상속인인 조카 니쉬슬립쩨프(김요한 분) 등이 갑작스레 나타나며 얘기는 속고 속이며 흥미를 더해낸다.

연출을 맡은 미하일로비치 카즐로프는 "오스트로프스키의 숲은 한국 최초의 상연이다"며 "이 작가는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극작가이며 특히 숲은 코믹함과 풍자, 낭만적인 요소가 두루 깃든 명작"이라고 평했다.

▲ 경기도립극단 제56회 정기굥연 '오스트로프스키의 숲' 공연 포스터.
한국 무대에 오르기 위해 시도된 극의 함축적인 배열의 한계를 도립극단 단원들이 한국적 풍자를 얼마나 녹여내느냐에 이 작품의 성공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카즐로프는 "러시아에서 4시간 상연하는 것을 3시간 이하로 압축해 상연할 것"이라며 "배우들은 매일 8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연습을 해왔고 단순화하고 집약된 무대세트와 숲 속 짐승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의상들은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가 카즐로프기 극의 집약화를 통한 한국 무대의 시험을 택했다면 무대 미술을 맡은 니꼴라이 레오나르도비치 스롤브자닉은 다양화된 소품을 통해 배우들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비치게 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모피 등을 통한 정서의 축약이다.

숲 공연의 의상은 19세기 유럽 스타일의 드레스와 슈트를 기본으로 제작됐다. 옷감 대부분 재질을 모피 질감으로 표현했다. 왜일까? 이 모피 질감의 이질감을 통해 러시아의 이질적인 정서를 녹여내는 깊은 극 해석의 첫단추를 끼운 것이다.

특히 등장인물들은 모두 숲 속의 동물들이 가진 약육강식적인 우회적인 상징이 가미돼 있다. 예를 들어 여우 같은 여자배역은 여우목도리, 호랑이 같이 용맹한 인물은 호피 무늬를 사용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오스트로프스키는 '러시아의 셰익스피어! 러시아 연극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사실주의 문학작품에 깔려 드는 현실 비판적 경향과 강한 휴머니즘을 맛보게 할 무대로 꼽히기도 한다.

도립극단 전무송 예술감독은 자신이 주연한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1970년대 미국의 서민 정서를 적나라하게 베껴내는 작업을 벌여 호평을 받았다. 이를 통해 왜 한국 연극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가를 확인시켰었다.

전무송 감독이 주연한 '세일즈맨의 죽음'이 자신의 초연 작품 초기로 돌아가는 미국적 시각의 한국화였다면 이 작품은 순수 러시아 시각의 연출에 바탕을 둔 한국적 해석이라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일단 강한 풍자성이 극의 재미를 더하는 이 작품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란 평이 지배적인 듯하다. 무대에 서는 도립극단 단원들의 물오른 연기가 수원 무대에 서는 오스트로프스키의 첫 작품에 흥행성공이란 기록을 안길지 자못 궁금하다. 문의:경기도문화의전당 031-230-34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