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名酒 한잔, 한겨울의 여유… 味·色·香에 빠지다

한국관광공사 추천 12월 가볼만한 곳

▲ 송화백일주를 시음하고 있는 벽암스님 ⓒ 정철훈

듬성듬성 핀 소나무의 눈꽃을 바라보며 우리 고유의 향내를 뿜어내는 그윽한 술 한잔을 마신다면 그 술의 향내가 내 몸 깊숙이 베이지 않을는지.

우리 조상은 지방색이 물씬 풍기는 전통주로 지루한 겨울의 시간을 넘겨내곤 했다. 풍류와 낭만을 아는 이들에게 네 가지의 테마를 가진 술 기행을 권해본다.

한국관광공사는 12월의 테마로 '전통주를 찾아서'를 선정했다. 12월 테마에 포함된 경기도 포천, 충남 서천, 전북 완주, 제주 서귀포 등을 미리 한번 가본다.

● 청풍명월 유유자적, 술과 함께 노닐다

술을 빚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물이다. 산 좋고 물 맑기로 소문난 포천에는 해발 936m 아래서 빚어낸 '배산면주가', 해발 904m 백운산 자락에서 빚은 '이동막걸리'가 유명하다.

푸른 산새에서 흐르는 맑고 투명한 물은 술을 빚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인 물의 품질을 보장한다. 우리는 이것을 '물 맛이 좋다'라고 한마디로 표현해버린다. 하지만 술에 있어서 물맛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다.

포천 화현면 화현리 산사원의 배상면주가, 이동면 도평리의 이동막걸리. 술 향기에 빠지면서 산새와 어우러진 묘한 감흥은 술기운이 도달하기 전에 신선이 되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배상면주가 전통술박물관 산사원은 주조도구를 전시한 전시장과 시음장, 가양주빚기체험장 등을 갖춘 정갈한 술 문화 체험공간이다.

그에 반해 이동막걸리 양조장은 직접 들어가 술 빚는 과정을 볼 수 없지만 인근의 직판매장에서 도토리묵 손두부 등과 함께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 맛을 누려볼 수 있는 서민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주선이 되고 싶은 이는산사원(031-531-9300), 이동막걸리(031-535-2800), 포천시청 관광진흥팀(031-538-2067~9) 등으로 문의하면 된다.

● 달콤한 소곡주에 취하고 황금빛 갈대밭 데이트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와 신성리 일대. 갈대밭이 바람에 너울너울 흔들릴 때 잠시 휴식을 위해 찾아든 북녘의 철새들이 바람을 타고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11월부터 이곳에는 서천만이 가진 낭만과 운치를 맛볼 수 있는 황금 데이트 코스가 형성된다. 그래서인지 12월만 되면 서천을 찾아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한가지 더한다면 술이 익는 마을에서 한산 소곡주를 맛보는 행운도 맛볼 수 있다. 한산 소곡주는 1천300년 전 백제 왕실에서 즐겼다는 술이다. 현존하는 한국 전통주 중 가장 오래된 술로 꼽히기도 한다.

소곡주는 연한 미색이 나며 입안에 단맛이 돌면서 혀끝에 끈적거림이 있고 향취는 들국화 향을 맡는 것처럼 그윽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일품이다. 술의 재료가 되는 잡곡의 냄새가 전혀 없는 최고급 찹쌀로 빚어 100일 동안 숙성시켰다.

소곡주의 달큰한 향취에 취한 뒤 노을이 지는 갈대밭에서 추억의 영상을 사진으로 남긴다면 이만한 추억거리도 없을 듯하다. 문의:한산소곡주(041-950-0290), 서천군청 문화관광과(041-950-4224)

● 정성이 빚고 세월이 담근 깊은 울림의 맛

전북 완주군 구이면 계곡리 송화양조장에서 맛볼 수 있는 완주 송화백일주. 송화백일주는 수도승들이 고산병 예방을 목적으로 즐겨 마셨다는 곡차(穀茶)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송홧가루, 솔잎,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찹쌀, 백미, 보리 등 다양한 재료로 빚은 밑술을 증류해 얻는 증류식 소주로 송홧가루 황금빛을 고스란히 담아낸 명주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소주지만 은은한 솔향과 달짝지근한 뒷맛으로 매혹적이면서도 비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송화양조장이 담아낼 수 있는 비법은 좋은 물과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성껏 빚은 것뿐이다. 사람의 힘으로 술을 빚는 것이 아니다. 술의 여신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전통의 향내를 담은 명주는 나오지 않을 법하다.

이 술은 오랜 기다림을 고스란히 향과 맛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아니 생겨났다고나 할까?

술 한 병을 빚는 데 꼬박 100일이 걸린다. 양조장 관계자에 따르면 제 맛을 내는 데는 3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니 우리는 과분한 손님이 될지 모르겠다. 문의:송화양조(063-221-7047), 완주군청 문화관광과(063-240-4257)

● 제주도 바람 타고 흩날리듯 퍼지는 술향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성읍민속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 오메기술. 제주에서 흔히 좁쌀막걸리라 불리는 오메기술은 무속신앙이 성행하던 옛 제주도에서 사시사철 당신에게 제사를 드리며 따르던 술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주로, 제주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맛보아야 할 먹을거리다. 한걸음 한잔 술은 인생을 되돌아보고 바람 속에 삶의 고뇌를 날려보낼 기회를 줄 것이다. 문의:성읍민속마을보존회(064-787-1179)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