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기축년(己丑年), 즉 소의 해다. 십이지의 두 번째 자리에 해당하는 소(丑)는 방향으로 북북동, 시간상으로는 오전 1시에서 3시, 달로는 음력 12월을 지키는 방향신(方向神)이자 시간신(時間神)이다.
소는 대개 성실과 근면, 끈기의 대명사로 알려졌다. 가끔 큰 덩치와 느린 움직임 때문에 아둔하고 미련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이는 우직함과 고집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소띠생을 '끈기와 우직함으로 업무를 완수하는 일꾼들'이라고 믿었다. 언뜻 보기에 뚜렷한 개성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면이 있다고 봤던 것이다. 또 소띠생들은 겉으로는 엄정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소는 농경생활에서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뛰어넘어 마치 한 식구처럼 생각돼 왔다. 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노동력일 뿐 아니라 운송의 역할도 담당했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비상금고의 역할까지 했다. 1970~80년대 대학을 상아탑에 빗대 우골탑(牛骨塔)으로 부른 것이 이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소를 집안 전체의 화(禍)를 막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이사한 뒤에 문에 소뼈나 소고삐를 매달아 두는 풍습은 나쁜 귀신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의미였다. 소 꿈은 집안의 재력이나 집안의 길흉화복과 관련돼 있었다.
소 꿈은 조상, 산소, 자식, 재물, 협조자, 사업체, 부동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꿈에 황소가 자기 집으로 들어오면 부자가 된다'거나 '소가 문밖으로 나가면 재물을 잃는다', '소의 형국에 묏자리를 쓰면 자손이 번창한다'는 말은 이 같은 조상들의 생각을 잘 드러낸다.
소가 우리와 얼마나 가까운 동물이었는지는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 토우에서도 그 모습이 보인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소는 달구지를 끌고 가거나 외양간에서 한가로이 여물을 먹는 모습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견우직녀 이야기를 형상화한 그림에서는 견우가 끄는 동물로 등장한다. 농사신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신라 토우에서 발견되는 소 중에는 요란하게 뿔을 지닌 사례도 발견되는데 그 모습이 물소와 비슷하다.
소가 창출해 내는 분위기는 유유자적의 여유·한가함·평화로움의 정서다. 특히 도교에서 소는 유유자적을 의미한다. 옛 그림 속에 나타나는 소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모습은 바로 도교의 영향이다.
한편, 유교에서 소는 의(義)를 상징한다.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에는 주인의 생명을 구하고자 호랑이와 격투 끝에 죽은 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 의우총(義牛塚)에 관한 전설이나 눈먼 고아에게 꼬리를 잡혀 이끌고 다니면서 구걸을 시켜 살린 우답동 이야기는 소의 우직하고 충직하며 의로운 성품을 잘 나타낸다.
2009년 기축년은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진 눈, 엄숙한 뿔, 슬기롭고 부지런한 힘, 유순, 성실, 근면, 인내 등 소의 덕성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난을 극복하고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