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여! 끼와 열정을 펼쳐라"

[인터뷰]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엄익수 관장취임 3년…수원지역 청소년문화 전파 온힘, 정착시켜

▲ 청소년문화센터 엄익수(54) 관장은 청소년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던 수원지역에 청소년문화를 전파하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개인적으로 "사람 냄새가 난다"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발산한다는 믿음이다. 지난달 30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집무실에서 그와 첫 악수를 했을 때 푸근한 사람 냄새가 풍겼다.

"우리 청소년들이 다독(多讀)하는 것도 좋지만, 책의 한 구절이라도 가슴에 제대로 품었으면 해요." 청소년에게 권장할만한 책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엄익수(54)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깨달음도 있다는 그는, "청소년에게 독서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끼'를 발산하도록 다독거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여 년 ‘금융맨’으로 일하던 중 우연히 법무부 보호관찰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후 한국로터리 청소년연합(현재 부이사장)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해온 인연으로 지난 2006년 6월 청소년문화센터 관장을 맡았다. 그간 그는 청소년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던 수원지역에 청소년문화를 전파하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지난해 지은 지 10여 년 만에 6억여 원을 들여 수영장 보수공사를 하는 등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했고, 청소년 동아리방도 확충했다. 여기에 담배, 탄산음료, 폭력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센터 전체를 '그린존'으로 선포했다.

청소년들이 센터의 운영에 대한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소년운영위원회를 만들었고, 체험학습과 캠프, 문화강좌, 청소년 관련 토론회 등의 자율적인 참여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또 학생들이 직접 기획해 일본, 중국, 호주 등과 연계한 국제화 프로그램은 글로벌 인재 양성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수원청소년 인터넷방송국과 청소년신문 'Teen.s Eye'는 시민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지역 청소년 관련 시설과 각종 문화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취임이 후 3여 년을 돌아보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했다. "수원지역에 청소년 인구만 25만여 명인데, 불합리한 입시제도의 틀에 갇혀 자신의 끼와 열정을 삭히는 청소년들이 많아 안타깝죠."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공간과 문화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를 누릴 수 있는 청소년이 한정적인데 탄식했다. 때문에 그는 '끼'를 억누르며 발산하지 못하는 청소년에게 '도전하라!'라고 주문했다. 도전 목표를 설정하고, 매진하면 다소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원칙과 철학이 없다면,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도전'과 함께 그의 교육철학을 함축하는 단어는 '방임'이다. "제멋대로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줄 아는 자세가 방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문화는 없고, 좋은 대학 입학에만 혈안이 돼 있어요. 청소년 스스로 결정하는 방임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의 청소년 사업에 대한 실험 정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올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우 청소년과 다문화·새터민 가정의 청소년 등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랜 고심 끝에 올해 '사운드 오브 북(sound of book)'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책을 CD나 카세트테이프 등으로 녹음해 시각 장애우 청소년에게 들려줄 것"이라며 "제작 과정에 청소년들이 참여해 장애우에 대한 차별과 소외를 극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한국로터리 청소년연합과 연계해 연간 100여 명에 이르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교복지원이나 기초생활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내가 청소년들에게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말하는 그에게 있어 '청소년'이란 독창적인 사고와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독립된 자아다. 자신은 이런 독립적 자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만들어 주는 밑거름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편, 엄익수 관장은 경기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서, 20여 년간 대양저축은행 지점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한국로타리 청소년연합 부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국무총리 표창(94년)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