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찍한 마당이 있는 고택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이 그리 푸근할 수 없다.
어느새 목 위에 둘렀던 목도리는 사라져 버렸다. 소리없이 봄이 찾아와 버린 것이다. 옷차림이 한 꺼풀 벗겨지며 온 몸에서 봄기운을 느껴진다.
겨우내 굳었던 몸을 풀고 시원스레 마음을 다스리기에는 여행만 한 것이 없을 듯 싶다. 가족들과 함께 조상의 삶의 향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통마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도심 속에서 만날 수 없는 삶의 여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 자체가 낭만적이다.
한국관광공사는 3월의 테마여행으로 '집성촌 종갓집을 찾아서'를 주제로 네 곳을 추천했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은 500여 년 전에 형성된 마을로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전통을 찾아볼 수 있는 곳으로 고택 답사와 돌담길 걷기, 숙박체험, 농촌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설화산을 주산(主山)으로 두고 발달했으며 마을은 전체적으로 동서로 걸친 긴 타원 형태를 띠고 있다.
아산 지역은 수도권 전철이 천안을 지나 온양온천역을 거쳐 신창역까지 연장 운행하면서 가족 동반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아산시의 핵심 여행 명소로는 외암민속마을을 비롯해 현충사, 온양, 도고, 아산 온천 등 온천단지 등이 유명하니 이곳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문의:아산시청 문화관광과 041-540-2565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1리 개실마을은 조선 전기의 영남학파의 종조(宗祖)인 점필재 김종직의 후손들이 350년간 살아오면서 형성된 집성촌이다.
개실이란 뜻은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이란 뜻이 담겨 있다. 이 때문인지 봄이면 마을 곳곳이 매화, 목련, 벚꽃 등이 계절에 따라 화려한 꽃 잔치가 벌어진다.
한옥만이 가진 선의 미학을 감상하며 마을 길을 걷다 보면 유학의 대가가 지녔던 깊은 학문적 깊이와 마을의 정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서당인 도연재 마루에 앉아 마을 훈장으로부터 전통예절 문화를 배울 수 있으며, 한과·엿·두부·칼국수 등 전통음식도 손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주변 관광지로는 대가야 답사 1번지인 지산동고분군이 있다. 문의:개실마을 054-956-4022

전라남도 해남을 찾으면 녹우당이란 곳이 있다. 해남 연동리에 있는 녹우당은 조선 제일의 시인인 고산 윤선도(1587∼1671)의 고택이다.
이곳은 고산 윤선도의 4대 조부이자 해남 윤씨의 득관조인 어초은 윤효정이 백련동(현 연동)에 자리를 잡으면서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녹우당을 찾을 때면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기는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서있다. 한때 99칸에 달하던 녹우당 고택은 현재 55칸만 남아 있게 됐다고 한다. 녹우당 별당에서 다산 정약용이 태어났으며 증손인 공재 윤두서가 학문과 예술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봄이면 더욱 진한 초록빛이 감도는 비자나무숲은 이곳을 대표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문의: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9

경남 밀양의 교동은 밀성 손씨 집성촌이다. 원래 교동이란 뜻은 조선시대 지방 공교육시설인 향교를 중심으로 유림의 주택 등 민가가 밀집해 생겨나게 된 마을을 뜻한다.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교동이란 지명이 남아있는 곳은 많지만 밀양의 교동처럼 고택이 여러 채 남아있는 곳은 흔치 않다.
국내 3대 명루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남루, 밀양향교를 머리에 두고 소담하게 쌓여 있는 교동의 밀성 손씨 집성촌, 점필재 선비정신이 깃든 예림서원과 그의 생가 추원재 등 고택과 서원을 둘러보는 재미는 밀양 여행만의 특권이다.
특히 99칸 화려한 한옥의 구조를 자랑하는 밀성 손씨 종갓집은 현재 그 후손이 한식당으로 운영하고 있다.
집안에 들어서면 큰 사랑채와 작은 사랑채, 안채, 행랑채 등이 남아 있으며 큰 사랑채의 후원터와 안채의 장독대 등은 그 당시 손씨 일가의 풍류와 살림살이 또한 짐작케 한다. 문의 : 밀양시청 문화관광과 055-359-5642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