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대형유통점 상륙 10년 지역상권 점령

[지역자본 유출을 막아라!] 지역경제 집어삼킨 공룡 유통점수원 예산 1.5배 매출 불구 자본 역외유출… 지역경제 기여 없어

수원시 1년 예산 규모 1조 5천여억 원의 1.5배에 달하는 지역자본이 수원지역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 12개 대형유통점으로 흘러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유통점이 시에 내는 세금은 전체 60여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이 지역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모두 본사로 보내 시세 수입 감소는 물론 지역 내 소비재창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대형유통점이 입버릇처럼 내세웠던 고용창출 효과도 지역 고용인력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역에 주는 것은 없이 퍼가기만 하는 셈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게 지역경제를 좀먹는 공룡 유통점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역자본 유출을 막아 세수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찾고자 한다. 동시에 이들 공룡 유통점의 지역 내 기여도를 높이는 한편 소규모 지역상권과 상생 해법은 없는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수원애경민자역사 내 AK플라자(애경백화점)와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그랜드백화점 등 백화점 3곳을 비롯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GS마트, 뉴코아아울렛 등 9곳의 대형할인점 등 대형유통점이 들어선지 불과 10년 새 수원시 전체 유통업 관련 매출액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자본 유출을 막아라!] <1>지역경제 집어삼킨 공룡 유통점

경기 남부권의 대형 상권을 형성한 팔달문 인근 남문상권이 불과 10년 새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 7일 오후 1시께 수원시 팔달문 인근 크고 작은 시장 8곳이 들어선 시장골목. 경칩을 지나 날씨도 그리 춥지 않았지만,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발 디딜 틈도 없던 이 일대 시장에 황량함이 감돌았다.

재래시장뿐 아니라 남문 상가밀집지역에 빈 건물이 수두룩했다. '점포 임대'라는 표시만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10년 전 형성된 상권의 절반도 채 남지 않았다. 이 기간 수원지역 전체 유통업체 수도 2천여개(1998년 1만5천152개⇒2009년 1만3천200개)나 줄었다. 의류 판매상인 이 모(37·여) 씨는 "90년 말 삼성전자 생산라인이 지방이나 해외로 이전해가면서 상권이 많이 축소됐다"면서 "그런 와중에 대형 유통점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지금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한 때 '황금상권'으로 불린 아파트단지 내 동네 슈퍼마켓은 아사 직전이다. 권선동 모 아파트 단지에서 작은 마켓을 운영하는 이 모(54) 씨는 "프리미엄이 수천만 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단지 내 아파트 주민들이 가까운 슈퍼마켓 대신 대형유통점에서 한꺼번에 생필품을 비롯해 음식 재료, 의류까지 모든 물품을 구입하면서 동네 슈퍼마켓은 어쩌다 들리는 곳으로 전락했다. 물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생활방식의 변화도 한몫했다.

수원의 유흥중심가이자 상업의 중심지인 인계동 중심상권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 인계점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의류 등 각종 소매점과 소규모 음식점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형할인점이 식품조리는 물론, 의류, 공산품 등을 싼값에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점차 소멸해 지금은 대형유통점을 중심으로 지역상권이 재편되고 있다.

유통점의 취급업종은 가급적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최근엔 치과, 한의원 등 의료시설과 문화센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추면서 유통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하고 있다. 지역 경제 구석구석을 야금야금 잠식해 가는 셈이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를 전후로 유통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수원지역에도 백화점과 대형유통점이 상륙하기 시작, 불과 10년 새 지역상권을 장악했다. 2000년 이후 신세계, 롯데쇼핑, 삼성테스코, 애경백화점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현재 대형유통점만 12곳.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과 애경그룹 유통부분을 통합한 AK플라자, 그랜드백화점 등 백화점 3곳과 전국망의 대형할인점 9곳이 성업 중이다. 여기에 영업 중인 쇼핑센터 3곳을 포함하면 이미 과포화 상태다.

인구 110만의 전국 최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지만, 광교 등에 들어설 백화점과 대형유통점을 포함하면 지역경제 붕괴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이들 공룡 유통점이 수원지역 유통업 전체 매출액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와 유통업계 따르면 현재 수원지역 전체 1만 3천200여 개 유통업체의 총 매출규모는 3조 4천800여억 원. 이 중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 12곳의 매출이 적게는 2조 원에서 많게는 2조 5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수원시 2009년도 예산 규모인 1조 5천여억 원보다도 많은 돈이 이들 유통점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에 흘러들어 간 막대한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대형 유통점 대부분이 수원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서울 등의 본사로 유출하고 있다"면서 "대량구매로 소비지출이 늘지 몰라도 그 돈이 다시 지역에서 소비되지 않아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