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자본 유출은 비단 대형유통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역 재래시장과 소규모 유통상권의 생계마저 위협하는 아파트단지 ‘알뜰시장’의 폐해도 심각하다. 요일별로 아파트단지를 옮겨가며 장을 여는 ‘알뜰시장’을 통해 빠져나가는 지역자본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시 아파트 거주율이 80%를 넘어섰고, 이들의 소비는 대부분 대형유통점과 알뜰매장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 또 하나의 지역자본 유출 '알뜰시장'
알뜰시장의 폐해는 수원시 영통구 내 유일한 재래시장인 ‘구매탄 시장’과 근린상권을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매탄 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매탄 힐스테이트’가 지난 2005년 말께 입주를 시작하면서 주변 구매탄 시장 상인들은 2천328세대 규모 입주민들이 재래시장으로 유입, 오랜 불황의 늪을 탈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입주자들이 대형마트를 이용하더라도 밑반찬 등은 근거리 시장을 이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뜰시장’의 입점은 지역상권을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정두용 구매탄 시장 상인회장은 “경품행사를 비롯해 수요일마다 정기세일을 해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자리 잡은 편리함과 반사 이익이라는 이점 때문에 알뜰시장에 당할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수원지역 내 분포한 18개의 재래시장과 인근 아파트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부에선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지역상인들과 갈등도 빚고 있다. 알뜰시장은 몇몇 소매상이 뭉쳐 요일마다 아파트 단지를 돌며 영업하는 형태로, 자릿세 명목의 아파트 발전기금을 내고 아파트단지를 집중공략하고 있다. 한 아파트입주자 대표는 “조금이라도 아파트에 기여 하는 곳을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알뜰시장 입점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소비자 스스로 지역자본 유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면 결국 넘을 수 없는 산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유통점과 마찬가지로 이들 알뜰시장도 수익금의 일부 환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지역경제를 피폐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수원지역 424개의 아파트단지에서 알뜰시장으로 흘러드는 자본만 따져봐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
● '지역밀착 시장'으로 알뜰시장 넘는다
결국, 상인과 주민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못골종합시장에 이는 새로운 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못골종합시장 상인회는 ‘지역밀착형’ 상권형성을 목표로 삼았다. 김상욱 회장은 “못골시장의 주요 고객층이 수원 전역이 아니라 지동 주민임을 깨달았다”며 “재래시장이 살길은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지역밀착형 시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인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하루 2천500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이 지난해 1만 명을 넘어섰지만, 수익 증대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재래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진행된 마케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동시에 한계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상인회는 마케팅 위주의 전략을 수정, 삶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의 모습을 정서적으로 접근해 풀어가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연과 쉼터, 지역 주민과 시장의 이야기를 담은 소식지 발행, 요리교실, 어린이 경제학교, 각종 행사 등 '상거래 기능'의 시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지역밀착형 시장으로 만들고자 시장이 소재한 지동의 주민자치위원회와 부녀회 등 단체와 주민, 행정기관 등과 연계한 사업구상이 핵심이다. 이런 데는 문화관광체육부가 추진 중인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자극제가 됐다.
● 재래시장 상인 스스로 한계 극복해야
변화의 중심은 20~30년째 전통을 이어가는 못골시장(85개 점포) 상인들이다. 지난 2003년 상인회를 결성하고, 친환경 농수산물 공급을 위해 농촌과 자매결연을 추진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팔 걷고 나선 것이다. 김 회장은 "소규모 재래시장이 살길은 근거리에 있는 지역 주민들의 대형마트나 알뜰시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놓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구매탄 시장도 "시민들에게 이용해 달라고 호소만 할 것이 아니라 이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상인회를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상인회는 가격과 판매 물품, 원산지 등의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고, 주문할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한편 고객에게 문자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할인혜택을 주는 쿠폰제 부활과 미래 고객인 지역 내 초등학생의 재래시장 탐방도 준비하고 있다. 상인들의 수익을 줄이더라도 할인행사의 폭을 늘려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상인들은 또 유통경영대학을 통해 경영마인드를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이런 상인들의 노력에 공무원과 단체들도 '지역경제 살리기'의 하나로 '공직자 재래시장 장보는 날' 행사를 통해 재래시장 소비 촉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용영 지역경제과장은 "재래시장이 당장 이익에 몰두해선 안 된다"며 "장기적인 고객 확보 차원에서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시민의 공감을 얻고, 지역자본 유출의 폐단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