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유 배달이 건강 효자라우”

팔달 ‘老-老 상생 독거노인 돌봄사업' 최광자 할머니일자리 얻고 외로운 이웃 가족 역할도 톡톡 ‘자부심’

▲ 최광자(67) 할머니 ⓒ 유수종 기자 mjua1860@suwonilbo.kr
수원시 우만2동에 사는 최광자(67) 할머니는 요즘, 아침 여섯 시면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저소득층이 몰린 우만 주공3단지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발효유를 직접 배달하기 위해서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발효유도 배달하고, 밤새 안녕하신지 안부도 물어보죠. 혼자 생활하다 보면 외로움에 사무치잖아요. 말벗도 해 드리고, 밤새 아무 일 없는지 확인도 해요.”

지난해 1월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월~금요일 아침 독거노인 단독세대 20곳을 들러 발효유를 배달한다. 팔달구가 시행하는 ‘老-老 상생 독거노인 돌봄사업’에 참가해 일자리도 얻고, 독거노인들의 건강도 챙기고 있다.

“IMF 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동 주민센터를 통해 소개받았죠. 아침마다 5㎞ 정도를 걸으며, 퇴행성 관절염과 허리 협착증도 극복하고 건강도 회복했죠. 효자가 따로 없어요.” 최 할머니는 하루 20곳을 방문하는데 1시간 30분 정도를 할애한다.

한 달 동안 발효유 배달 일을 하면 20만 원가량의 용돈을 번다. 그다지 많지 않은 돈이지만, 운동도 하면서 나름 의미 있는 활동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제가 돌보는 어르신들은 적게는 5살부터 10살 터울 남짓해요. 하지만, 혼자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돌볼 사람도 없죠. 제가 자녀처럼 문안 인사도 드리고,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지 매일 확인해요.” 가족 역할을 대신해 주는 셈이다.

팔달구에서 최 할머니처럼 발효유 배달사업에 나선 사람들은 모두 18명. 이들 모두 65세 이상의 노인들로, 하루 350세대에 발효유를 배달하고 있다. 팔달구가 안부확인용 발효유 배달사업에 지역 내 노인들을 고용하면서 노인 고용창출과 건강관리, 독거노인 관리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것이다.

변희주 주민생활지원과 노인장애인팀장은 “지역 내 노인인구가 8.2%(1만 7천여 명)에 달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며 “지난 1993년부터 시행해오던 독거노인 발효유 배달사업을 노인 일자리 창출로 연계하면서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 2007년 시행한 독거노인 생활실태 조사결과, 독거노인 발효유 배달사업이 독거노인 안부확인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문밖에 걸린 주머니에 배달만 하는 발효유 판매사업으로 변질하자 이런 조처를 했다.

老-老 상생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도 빨라졌다. 변 팀장은 “발효유 배달을 갔던 노인의 제보로 유방암에 걸린 백모 할머니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며 “긴급지원팀과 연계해 민·관 협동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업에 연간 9천만 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될 뿐이다.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율을 높여 더불어 사는 수원을 실천해 나가는 셈이다. 최 할머니는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사업”이라며 “하나 되는 수원을 만들어 가는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