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실] 수익이 아닌 관리의 문제

함찬수 금융칼럼니스트/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 함찬수 금융칼럼니스트/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오랜 버릇이 하나 있는데 퇴근을 하면서 호주머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일정한 장소에 쏟아내는 것이다. 지갑이며 자동차 열쇠며 하루 소비활동 중 발생한 동전들을 탁자에 올려놓고 다음 날 출근길에는 지갑과 자동차 열쇠만을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 출근하는 버릇이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 동안 쌓인 동전이 제법 된다.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은 아버지가 놓고 간 동전을 모아 저금통에 저금하고 있었다. 퇴근 후에 동전이 없을 때는 천 원짜리 지폐를 넣어 줄 때도 있다. 그러다가 세탁비나 신문 값을 받으러 수금원이 왔을 때 막상 수중에 돈이 없으면 살짝 배를 갈라 사용할 때도 있었다. 저금통의 비애는 이렇게 시작된다.

처음부터 목적을 둔 저축이었다면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당히 높다. 지난해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CMA는 일반 결제용 보통예금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먼저 하루만 불입해도 이자가 붙은 방식이라는 점과 보통예금은 자산의 증식보다는 현금의 보관이라는 의미를 더 두고 있지만 CMA는 수익률이라는 의미를 더한 상품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CMA는 투자 대기자금을 관리하는 단기성 저축수단에서 급여이체 통장 혹은 결제용 통장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CMA에 각종 공과금을 결제하는 통장과 단기저축성 상품을 혼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CMA든 보통예금이든 간에 결재용 계좌와 단기 저축용 계좌는 분리돼야 한다. 근로소득이든 사업소득이든 소득이 결재용 계좌에 들어오게 되면 먼저 예상지출을 결재용 계좌에 남겨두고 나머지 금액은 저축의 목적에 따라 이체를 해야 한다. 그런 다음 남은 금액은 단기 저축용 계좌로 이전돼야 한다. 만약 결재용 계좌의 잔고가 부족해 단기 저축용 계좌에서 자금이 다시 이체된다면 원인 있는 소비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점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재무설계를 상담하다 보면 통제되지 않는 지출과 분명히 수입에서 지출을 차감한 잉여부분이 생겼음에도 통장의 잔고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찍는 경우가 있다. 수치상으로는 남아야 할 금액이 통장에는 없는 것은 지출하면서도 무엇 때문에 지출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원인을 찾고 지출을 통제하려면 자금의 목적에 맞는 통장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들 교육비를 입출입하는 통장은 소득이 들어오는 시기와 교육비를 지출하는 시기가 조금 다르다. 따라서 CMA로 기간의 차이에 나는 이자를 만드는 것도 좋다. 또한, 공과금을 내는 통장, 식료품을 사용하는 통장(체크카드를 연계하면 더욱 좋겠다.), 보험 및 펀드 등을 납부하는 통장 등을 만들어서 관리하다 보면 굳이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한 달 혹은 일 년 동안 지출되는 항목들을 알 수 있다.

물론 통장이 많다고 해서 불편할 일은 없다. 결재용 통장에 각 통장에 지정한 일자에 이체를 신청해 놓으면 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통장정리만 해보면 된다. 은행 어느 곳을 찾아봐도 10% 이상 주는 곳은 없다. 지출을 10% 줄이는 것은 수익을 10% 내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