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주거환경개선사업 보상비에 발목

세류지구 주민 "보상비 상향하라" 반발…주공, "감정평가 이상없다, 구제 신청해라"

▲ 세류지구 내 주민들이 지난 달 24일 수원시청 정문 앞에서 보상가가 터무니없다며 시세에 맞는 보상가 책정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원일보 DB>
수원시 관내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지역에 따라 보상 문제로 희비가 엇갈리면서 주민들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의 갈등 양상이 고조돼 사업 자체가 삐걱 거리고 있다. 

 대한주택공사가 추진 중인 세류·고등지구는 보상문제로 주민과 주공간 마찰음이 커지고 있는 반면 수원시가 직접 정비하는 평동지구는 현지 개발방식 덕택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협의 보상이 진행 중인 세류지구는 현 시세에 맞는 보상을 요구하는 반발여론이 거세다. 주민의 기대치와 현실적인 보상가가 괴리감을 보이는 탓이다. 또 고등지구는 대한주택공사가 일부 주민에 대한 보상금을 채권으로 지급할 가능성이 커 마찰음을 내고 있다. 세류·고등지구 사업을 추진 중인 주공이 주민과의 갈등을 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해 갈등이 점차 고조될 전망이다.

▲ 수원 주거환경개선사업 3곳 추진 중
 
 수원시는 지난 2006년 도시기반시설이 미흡하고, 주거환경이 불량한 25곳의 주거환경정비구역을 지정고시했다. 이 중 20곳은 재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3곳은 주거환경개선사업, 나머지 2곳은 재건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저소득 주민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정비기반시설이 지극히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과도하게 밀집된 세류, 고등, 평동지역을 주거환경개선지구로 분류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처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추진되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공사업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평동지구(113-7구역)는 관이 주도해 도로와 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현지개량방식으로 정비하고, 세류(113-4구역)·고등(115-2구역)은 주공이 토지를 수용해 개발하고서 주민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는 공동주택건설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공동주택건설방식은 재개발사업과 비슷하지만, 정부지원 사업이라는 점과 개발이익 분배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재개발사업은 주민으로 구성된 조합이 시행해 개발이익금을 조합원끼리 나누지만,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시행을 맡은 주공이 가져간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이 갖는 장점도 적지 않다.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에 대해 정부 지원을 받으며, 원주민 재정착 지원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 완공 뒤 분양 우선권도 준다.

 

▲ (위)세류지구, (중)평동지구, (아래)고등지구
▲현지개량방식 평동지구 ‘순조’

현지개량방식으로 추진되는 평동지구(15만 2천940㎡)는 수원시가 직접 도로 및 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주민 스스로 불량한 건축물을 정비한다.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 오는 7월 이면 1단계 길이 243m, 폭 15m의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가 마무리된다.

현재 2단계 도로개설을 위한 토지보상도 70%의 협의를 마쳤으며, 3단계 공원(1만 3천㎡ 규모)부지 보상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시는 평동지구에 현재까지 200억 원(국비 98억 원 포함)을 투입했으며, 앞으로 200억 원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권선구 세류동 334-88번지 일대 세류지구(22만 9천840㎡)는 감정평가를 완료하고, 보상계획을 개별 통보했으며, 고등동 270-7번지 일대 고등지구(36만 1천540㎡)는 보상계획 공고 중이다. 각각 2359세대(임대 510세대 포함), 4천913세대(임대 1천32세대 포함) 규모로 개발되며, 공영주차장과 소공원이 조성된다.

▲세류지구 “보상비 터무니 없다” 반발

수원시가 직접 정비하는 평동지구와 달리 세류·고등지구는 주민들이 보상문제로 주공과 갈등을 빚고 있다. 주공이 지난달 27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세류지구 내 토지주 등 주민 1천600여 명과 보상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민들은 주공이 보상가를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잇따라 시와 주공을 항의 방문하면서 “주공이 2007년 표준지가 기준으로 보상가를 책정, 보상가가 주변지역의 시세에도 못 미친다”며 “다시 들어와 살지 못할 바에야 사업을 아예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주민들은 “3~4년 뒤 입주한다 해도 이 보상비로 재입주가 가능하겠느냐?”라면서 “사실상 원주민의 재정착을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주공은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보상금이 책정된 만큼 감정평가를 다시 할 수 없다는 견해다. 주공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토지 소유권은 법원에 공탁을 신청하고, 보상가 문제는 구제절차대로 이행할 방침이다.

주공 경기본부 관계자는 “다만, 보상가를 수긍하지 못하는 주민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면 개별적으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주공 경기지역본부 따르면 감정평가에 따른 보상가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3.3㎡당 450만~700만 원 수준이다. 현재 20%의 주민들이 보상신청을 접수한 상태며, 총 보상금액은 3천억 원에 달한다.

▲고등지구 “채권보상 웬말이냐”

애초 올해 초 예정된 보상계획공고가 늦어진 고등지구도 주공이 ‘토지 등의 보상계획 공고’ 과정에서 채권보상을 시사하면서 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

감정평가를 거쳐 오는 9월부터 보상에 나설 계획이지만, 주공이 재정상의 이유로 보상금지급을 채권으로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자 주민들은 현금보상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고등지구 주민들은 “토지 소유주들이 세입자의 전셋돈을 반환하려면 현금이 필요한데다, 채권으로 보상하더라도 채권할인에 따른 손실액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주공 경기본부는 1조 원에 육박하는 고등지구 보상비를 한꺼번에 조달하기가 쉽지 않아 채권보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이다. 주공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채권 발행의 범위나 대상 등은 보상협의회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경제 사정에 따라 채권 보상 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고 했다.

▲ 높아진 기대심리 어쩌나

고등지구도 실질적인 보상에 들어가면 보상비 문제로 홍역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의 기대치와 현 부동산 시세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원시가 재정비구역을 한꺼번에 25곳을 지정하면서 주민들이 ‘개발 광풍’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보상비용이 얼마가 될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 보상금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시계획 전문가 A씨는 “수원지역 전체를 개발구역으로 선정해 주민들의 기대심리만 높여 놓았다. 세류동 구도심에서 3.3㎡당 400만 원하던 땅을 1천만 원에도 안 판다고 할 정도”라며 손사래를 쳤다. 특히 그는 “보상비가 비싸지는 만큼 나중에 분양가는 올라간다”며 “손익 계산은 완공 시점을 기준으로 따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