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중의 하나는 ‘엽기적인 그녀’ 후반부에 등장해 타임캡슐을 묻은 나무 아래에서 그녀(전지현)와 대화를 나누는 노인(유순철)이 미래에서 온 견우(차태현)이냐, 아니냐를 놓고 펼쳐진 갑론을박이었다.
또 한장면은 노인이 떠난 후 그녀가 하늘을 응시할 때 순간적으로 UFO인지 모를 비행물체가 지나간 장면을 근거로 네티즌들은 그 노인이 미래에서 그녀를 찾아온 견우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렇듯 ‘싸이보그 그녀’는 곽재용 감독이 ‘비오는 날의 수채화2(1993)’ 이후 8년 만에 흥행 감독으로 자리하게 한 ‘엽기적인 그녀(2001)’의 연장선, 혹은 변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싸이보그 그녀’에서 미래의 지로(코이데 케이스케)는 인간을 초월하는 완력과 스피드를 지닌 싸이보그인 ‘그녀(아야세 하루카)’를 보내 현재의 자신을 보호한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보여준 ‘순진남-엽기녀’의 조합은 ‘싸이보그 그녀’에서 고스란히 살아난다.
또, 캐릭터의 조합뿐만 아니라, 강의실과 클럽, 인질극 장면 등 에피소드들은 ‘엽기적인 그녀’의 강의실, 나이트클럽, 놀이동산에서의 장면과 닮아 있다.
곽재용 감독도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영화 속 영화의 한 장면을 발전시킨 게 ‘싸이보그 그녀’의 스토리라고 말했을 만큼, 두 영화는 태생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게다가 ‘싸이보그 그녀’의 그녀는 ‘지로를 보호하고 구하도록’ 한 명령이 입력돼 있는 사이보그라는 점에서 그녀라는 캐릭터의 엽기성의 확장은 물론, 여기에 숭고한 희생까지 더해져 여성에 대한 ‘아가페’적인 판타지를 보여준다.
‘엽기적인 그녀’가 발산한 매력이 우리 곁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현실의 엽기녀(이 영화의 원작은 실제 연애담이다)에서 나왔다면, SF적인 상상이 빚어낸 ‘싸이보그 그녀’를 이끌어 가는 코드는 터미네이터를 패러디한 듯 명령과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그녀의 엉뚱하고도 맹목적인 순수함이다.
이 같은 ‘그녀’의 캐릭터가 ‘싸이보그 그녀’를 ‘엽기적인 그녀’의 또 다른 쌍생아가 될지, 혹은 신선한 변주곡으로 받아들이게 될지 가름하는 열쇠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