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홀과 수원시립교향악단

[기고] 길영배 수원시 문화관광과 예술지원팀장

▲ 길영배  예술지원팀장
올해로 수원시가 회갑을 맞았다. 시로 승격한지 60년이 되는 해인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6월, 뉴욕의 한국문화원에서는 2009년도 개원 3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세계적 공연장인 카네기홀 연주회를 열기로 하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의 대표적 오케스트라를 찾던 중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초청했고 우리는 시 승격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초청에 응해 연주회를 준비하게 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6월 2일 늦은 10시. 세계 평화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곳이지만 9.11테러의 아픈 상처가 있는 곳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간단한 저녁식사 후에 호텔로 돌아오니 새벽 한시다. 피곤한 몸을 누이며 내 몸이 이곳에 빨리 적응하기를 기대하지만 좀처럼 잠은 오질 않는다.

한국과의 시차는 13시간. 시차를 극복하려면 적어도 5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뿐이다. 다음 날부터 저녁 시간에 바로 리허설이 이뤄졌다. 공연시간이 저녁 8시이기 때문이다. 리허설 시간 연주 도중 잠깐의 여유 시간에도 무거워진 눈꺼풀은 사정없이 닫히고 활시위를 잡은 손에 힘이 빠질 법도 하건만, 김대진 지휘자의 매서운 눈초리는 단원들에게 잠시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드디어 6월 5일 연주회 당일. 시간이 다가올수록 내 손에 땀이 배는 것은 왜일까? 세계적 경제공황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많은 예산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 어렵사리 성사된 카네기홀 공연에 혹시라도 관객이 덜 차거나 혹평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계속 내 머리를 맴돌기 때문일 것이다.

카네기 홀은 공연시간 30분전에야 문을 열고 관객을 맞는다고 한다. 그러니 연주자들과 가까운 지인들만 미리 올 뿐 썰렁하기만 하다. 노심초사하는 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관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세계적 공연장인 카네기홀의 로비가 이리 좁을 줄이야….

캐나다와 폴란드 등 각국 대사들을 비롯해 프랑스 등 30여 개국의 유엔대표부 대사 그리고 흑인, 백인, 예술인, 종교인, 우리 교포들…. 각양각색의 관객들이 줄을 이으며 어느덧 로비는 초만원이 돼 버렸다. 긴장된 마음으로 시작이 임박한 시간에 공연장을 둘러보니 1층부터 5층까지 손님들로 가득하고 수원시향의 연주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내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연주회가 시작되고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던 지휘자는 이내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조율하며 속삭이듯 부드럽게, 때로는 파도처럼 거칠게 관객을 압도하며 연주회를 이끌어 나갔다.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으며 악단과 지휘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제껏 쌓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한곡 한곡이 끝날 때마다 많은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특히 이층에 위치한 유엔대표부 대사와 각국 대사관의 영사 등도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곧이어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여러 번에 걸쳐 협연을 가진 바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등장하고 환상의 연주가 시작됐다. 사제지간인 김대진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마치 서로 어깨를 다독이며 주고받는 듯 선보인 연주에 모두들 잔잔한 감동을 받는 듯 했다. 협연이 끝나 뒤 두 사람의 애정 어린 뜨거운 포옹은 청중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고 김선욱은 앙코르로 응답했다.

2시간 동안의 연주회가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연주자들을 격려해 주었고 세 번이나 커튼콜을 받았다. 지구의 반을 돌아온 머나먼 미국 땅. 연주자들에게는 꿈의 공연장이라는 카네기 홀에서 가득 메운 관객들이 기립해 수원시립교향악단에게 거듭 커튼콜을 청하는 모습을 보며 수원의 예술적 위상을 높였다 생각하니 정말이지 가슴이 메어져 오는 듯 했다.

마지막 앙코르 곡인 아리랑을 연주할 때는 우리 교포들의 어깨가 들먹거리는 듯 했으며 나도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간 연주회를 준비하며 마음고생 했던 일들이 마지막 연주곡인 아리랑 하나로 모두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카네기홀의 성공적 연주회가 이뤄지기까지 수고해 준 김대진 지휘자와 연주단원, 스태프, 그리고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수원시의회 의원님들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