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목민을 자처해 온 본인에게 행궁동 레시던시 프로젝트는 막사발 작업에 있어서 새로운 감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행궁앞에서의 조선 무예 24기는 잠자고 있었던 나의 문화 유전자를 갑자기 시동케 했다. 지나온 30년 도자기 작업이 또 다른 예술 감흥으로 새롭게 옮아가는 순차(順次)이다.
연초에 나는 문화예술에 기치를 거는 문화예술 독립선언을 한 바 있다. 문화예술이 세상을 선도해야 새로움이 계속 창출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 6월, 나는 우리나라 지구 반대쪽 아르헨티나에서 막사발 실크로드라는 주제로 문화교류를 일구려는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곳에서 한국의 막사발 장작 가마를 알리는 세미나를 열었으며, 막사발과 옹기 워크숍을 벌였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작은 도시 ‘산 니콜라스’에서 ‘제4회 BIMC 타일 비엔날레 공모전’ 심사도 맡았는데 그곳에서 감상한 작은 수제 타일이 내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것이 삭막한 한국의 콘크리트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원은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이다. 그러나 거리는 너무 황량하다. 문화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리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나는 아르헨티나에서 본 수제타일에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입혀 수원의 거리를 변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도판(도자기타일)에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그림, 시, 명언 등을 담아 생활공간에 활용할 계획이다. 모든 수원에 있는 예술가와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에게 작은 도판으로 거리를 꾸미는 일에 동참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예술의 상상력은 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레지던시 프로젝트는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전국의 참신한 예술가들이 한 공간에 작업하면서 서로를 움직여 더 큰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예술가 집단이 모여 상상력의 탑(塔)을 결집시킬 것이다. 그 상상의 탑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수원시에 ‘아름다운 막사발 타일 축제’를 제안한다. 축제가 시발점이 되어 수원의 거리는 아름다운 도판으로 꾸며지게 될 것이다. 예술이 담긴 작은 도판이 수원의 거리를 품격있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