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피시(Pilotfish)

칼럼 - 김정섭(환경예술가)

요즘 나는 열대어를 기르는 재미에 빠져 있다. 작은 어항에 사 넣은 수초와 함께, 꼬리를 살랑거리며 어항벽을 오르내리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을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된다. 어항을 꾸민 지는 오래 됐지만, 열대어를 사서 키우게 된 것은 한참을 지나서였다.

열대어항을 꾸미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파일럿피시(Pilotfish)라고 불리는 물고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파일럿피시는 특정 물고기의 종류가 아닌 특수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물고기를 말한다.

보통은 열대어나 고급 관상어를 기르는 사람들이 키우고자 하는 어종을 위해 그 어종이 살던 자연적인 생태계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 목적으로, 같은 생태계에서 살던 다른 어종을 수조에 미리 넣어 수조의 첫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비싼 물고기를 키우려고 좀 더 완벽한 수조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초를 심는다거나 작은 돌들을 넣을 뿐 아니라, 너무나 깨끗한 물은 오히려 살아 있는 물고기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파일럿피시를 이용하여 물고기가 살던 환경과 유사한 생물학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파일럿피시는 보통 일주일 이상을 살지 못하고 죽게 된다. 물론 파일럿피시도 생물인지라 부적합한 수족관 환경에 적응 못하고 죽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임무를 완수하면 죽어버린다. 그래서 보통은 값이 싸고 흔하며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 식의 물고기를 파일럿피시로 택한다고 한다.

파일럿피시는 본래 키우려던 다른 어종들을 위해 원활히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물고기라는 나름대로 좋은 뜻을 내포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죽음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잔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파일럿피시를 보고 있자니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도 파일럿피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 인간이 만드는 작은 생태계인 수족관은 파일럿피시를 통해 완벽한 생태계를 만들고 재현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과연 어떤 종류의 파일럿피시를 희생시켜서 온전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요즘 어린이 자연학습공원이라든지 생태공원·친환경농산물·녹색성장 등…. 그야말로 환경과 관련된 무수한 단어를 많이 들을 수 있다. 환경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도 예전과는 달리 좀 더 체계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 널리 실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근래에 들어서 갑자기 생겨났을까? 그 이유는 자연과 환경이 인간들에게 보낸 경고의 메시지를 늦게서야 발견하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간에 걸친 아프리카의 사막화부터 이상기온, 나라의 한쪽에서는 가뭄이 들어 식수가 부족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급작스런 홍수로 인명피해가 일기도 한다.

근래에는 평년보다도 기온이 올라 생태계도 눈에 띌 정도로 현저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여기에 인간 생산 활동의 부산물로 인한 여러 가지 오염들, 특히 상습적인 공해나 발암물질로 인한 질병의 상승, 1990년도 후반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환경호르몬의 문제 등….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경제발전에 눈부신 도약은 있었지만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을 이제야 인식하게 된 것이다.

비단 환경오염엔 경제발전만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온 국가나 공공기관, 기업의 책임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책임도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조금만 더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일상생활부터 염려하고 행동해왔다면 많은 부분에 있어서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젠 너무 늦었구나”라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회복시키고, 지금보다는 더 나은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후회나 포기보다는 그동안의 안락함과 환경오염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구라는 커다란 어항 속에 인간을 위한 파일럿피시는 없다. 우리가 환경을 망치면-오로지 그것은 마치 던지면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처럼-우리에게 오염과 기아·질병으로 되돌아온다. 그것은 지금 당장 되돌아 올 수도 있고, 몇 세대 후의 후손들에게 올 수도 있다.

인간은 너무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더러운 것은 피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은 소유하려 한다. 또한 너무나 단순하다. 예를 들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청정지역을 '깨끗한 환경'으로 정의를 내리고, 혹은 장맛비에 쓰레기가 강으로 떠밀려오면 '오염된 강' 이라고 단정 짓기도 한다. 우리 인간이 사는 자연환경은 파일럿피시가 살기 이전의 깨끗한 환경처럼 오로지 완벽한 자연환경은 아닌 것이다.

파일럿피시가 희생해 생긴 박테리아나 수조 속 환경이 기르고자 하는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듯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조금씩의 자연적인 오염현상은 어쩔 수 없다. 그건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부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생긴 이런 오염들은 우리 인간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심코 버리는 일회용 용기나 아낌없이 써버리는 일회용품 등…. 이런 것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후손들을 위한 파일럿피시가 아니다. 후손들도 또한 그 누구를 위한 파일럿피시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바로 현재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가 좀 더 편히 살기 위해 누군가를 파일럿피시로 삼지 않도록 우리가 사는 이 환경에 대해 좀 더 알고 지켜야 한다.